[오병상의 코멘터리] 트럼프가 징계했던 기자는 어떻게 됐나
1. 대통령실이 21일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고 MBC 출입기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불미스러운 일’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MBC 기자 징계를 위해 출입기자단에 의견을 물었지만 기자단은 ‘대통령실과 해당 언론사가 풀 문제’라며 빠졌습니다.
2.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는 건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소통’을 중시한다며 도어스테핑을 해왔습니다. 대통령이 ‘지속할 상황이 못된다’고 판단했다면 중단하면 됩니다. 물론 소통 자체를 중단하면 안되겠지요. 대통령실도 ‘더 나은 방식’을 찾는다니 기대해 봅니다.
3. 그러나 취재기자를 징계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유사한 사건이 2018년 11월 7일 미국 백악관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CNN 출입기자 아코스타(Jim Acostaㆍ47)의 출입자격을 박탈한 사건입니다.
4. 평소 트럼프에 비판적이던 아코스타가 이날도 트럼프의 아픈 곳을 공략했습니다.
‘이민자 카라반(caravan)은 침략(invasion)이 아니다. 왜 침략이라고 하는가.’
트럼프가 이민행렬을 ‘침략’이라며 적대시한데 대한 비난입니다. 트럼프는 ‘이 나라는 내가 끌고간다’며 퉁명스럽게 답했습니다.
아코스타가 이어 ‘러시아 스캔들’(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지원했다는 논란)에 대해 묻자 트럼프가 ‘날조(hoax)’라며 독설을 퍼붓습니다.
‘CNN이 부끄럽다. 너는 버릇 없고(rude) 끔찍(terrible)하다. 가짜뉴스나 보도하고..너는 국민의 적(enemy of people)이다.’
5. 백악관은 당일 아코스타의 출입증을 회수했습니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폭스뉴스까지 트럼프를 비판했습니다. CNN은 곧바로 가처분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아코스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당시 판사는 ‘수정헌법5조(적법절차)에 따른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시했습니다. 이후 다른 재판에서 판사는 ‘수정헌법1조(언론의자유)도 침해됐다’고 언급했습니다.
6. 트럼프의 완패입니다.
첫째, 백악관의 일방적인 징계는 적법절차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명확한 징계근거도 없고, 소명기회도 안주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일방적 징계는 취재활동 제한일뿐 아니라 보복에 해당한다는 두가지 점에서 ‘언론자유’침해입니다.
7. 아코스타는 2019년 ‘국민의 적’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백악관 참모들을 익명으로 인용하면서 트럼프를 광인으로 묘사했습니다. 트럼프가 ‘국민의 적’이라는 겁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고, 아코스타는 각종 언론상을 받고 CNN주말앵커 겸 선임기자로 활약중입니다.
8. 아코스타의 태도가 옳다는 건 아닙니다.
쿠바 이민 2세인 아코스타는 질문 대신 주장(이민은 침략이 아니다)을 했습니다. 트럼프가 ‘(이미 질문했으니까) 마이크 넘겨라’며 등을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자에게 마이크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징계사유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11.21.
https://www.joongang.co.kr/find/columnist/65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승기, 데뷔 후 18년간 137곡 발표…음원 수익 한 푼도 못 받아" | 중앙일보
- "낚시꾼 오지마" 갯바위 막은 주민들…'낚시천국' 거문도 무슨일 | 중앙일보
- 역사의 비밀로 묻을 것인가…노무현의 진실, 석달 남았다 ⑩ | 중앙일보
- 감독 딸과 사랑에 빠져 팀까지 옮겼다…사랑꾼 축구선수 누구 | 중앙일보
- "카타르 진다" 예언한 그 낙타, 잉글랜드 승리도 맞혔다 | 중앙일보
- 김형석 교수 "정말 사랑한다면 자녀의 '이것' 소중히 여겨라" [백성호의 현문우답] | 중앙일보
- "몸에 벌레가…이게 그은 자국" 제작진도 놀란 황하나 몸 상태 | 중앙일보
- "과부되는 줄" 12년전 악몽 살아났다…연평도 맴도는 北트라우마 | 중앙일보
- '쓱세일' 대박…이마트노조 "용진이형! 사원들한테는 언제 쏘나요?" | 중앙일보
- '검핵관' 뜨는 검찰의 시대지만…"한동훈 이을 특수통 나오겠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