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동시에 장난기 넘치는 집을 만들 수 있을까? 매끈한 디자인 가구가 골동품과 조화를 이루는 집은? 더블린 출신의 디자이너 이레니 코시(Irenie Cossey)는 팬데믹 동안 한층 더 창의적인 시선으로 집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밀가루를 사재기했을 때 저는 즐겨 가는 라이프스타일 숍 트웬티트웬티원에 전화를 걸어 비트라의 팁 톤 체어를 몇 개까지 주문할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진 이 고풍스러운 집 안 곳곳에 들여놓으려고요!” 2년 전 자신만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린 이레니는 팬데믹이 몰고 올 주거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누구보다 발 빠르게 예측했다. ‘집’이라는 공간이 지닌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집. 가구와 인테리어가 아닌, 집주인의 개성과 취향이 중심인 공간을 창조하겠다는 마음으로 런던 북부에 자리한 오래된 집을 고쳐나갔다.
가장 과감한 변화는 건물의 한쪽 벽을 완전히 허물고 실내를 뒷마당까지 확장시킨 것. 주방과 다이닝 공간, 거실과 정원의 경계가 허물어진 구조는 이레니와 건축가인 남편 그리고 세 명의 아이를 아우르는 다섯 가족을 더욱 끈끈하게 교류하게 만들어준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즐기는 영국 디자인 듀오 바버 오스거비(Barber Osgerby)의 커다란 테이블이 놓인 널찍한 공간이 때에 따라 학교나 공유 오피스, 레스토랑으로 변신하면서. 이뿐 아니다. 아르텍과 비트라, 헤이 등에서 구입한 산뜻한 컬러의 소품으로 가득한 집에 차분한 색감의 아이템이 더해지며 한결 편안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강렬한 오렌지색 세면대 하부장이 포인트인 안방 욕실에 이레니가 디자인한 무티나(Mutina)의 차분한 녹색 타일을, 알록달록한 아이들 방에 절친한 텍스타일 디자이너 수아드 라루시(Souad Larusi)의 우아한 러그를 깔면서 벌어진 일이다.
다음으로 한 일은 남다른 수집가인 엄마의 애장품을 ‘모셔온’ 것. 거실 유리 장식장에 진열된 아기자기한 장신구와 골동품은 집을 더욱 소중한 공간으로 느끼게 한다. 안방의 목재 침대와 화장대, 아이 방의 서랍장 등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는 빈티지 아이템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외에도 다이닝 공간에 걸린 닉 아처(Nick Archer)의 위트 있는 회화 작품 ‘날고 있는 덤보(Flying Dumbo)’(2000)와 새하얀 욕실에 무심하게 놓인 원목 흔들의자까지, 열린 마음으로 공간을 새롭게 매만진 집의 면면이 독특한 감상을 일으키는 이곳에서 이레니는 더할 나위 없는 평온을 느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