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부종, 당연한 암수술 후유증?… “적극적 치료로 극복 가능”

민태원 2022. 11. 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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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 의학전문기자의 주목! 이 클리닉] 성빈센트병원 림프부종클리닉
암 수술한 쪽 팔·다리 붓고 통증
최악 땐 '코끼리 다리'처럼 되기도
압박스타킹법·마사지 효과 없거나
림프관 제기능 못할 땐 수술해야
재활의학과·성형외과 협진 필수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심형섭 교수(오른쪽)가 50대 유방암 환자의 팔을 살펴보며 상담하고 있다. 이 환자는 지난 5월 왼쪽 유방암 수술을 받은 후 같은 쪽 팔에 부종과 불편감, 통증이 발생해 재활의학과와 성형외과 협진중이며 조만간 림프부종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A씨는 수술 몇 개월 뒤부터 팔이 무겁고 뻐근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암 수술 후 생기는 일시적 후유증일꺼라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차츰 양쪽 팔의 두께가 달라지고 수술받은 쪽 팔의 무게감이 더해졌다. 암 수술 후 흔히 나타나는 ‘림프부종’ 때문이었다.

림프부종은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합병증으로 꼽힌다. 유방암 치료 환자의 20~30%, 자궁경부암·난소암 등 부인암 환자의 20%, 피부암인 악성흑색종 환자의 16%, 비뇨기암 환자의 10%, 두경부암 환자의 6%에서 림프부종을 겪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유방암을 비롯한 몇몇 암종들은 전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혹은 암이 퍼진 림프절을 절제하는 수술을 필연적으로 받게 된다. 유방암의 경우 겨드랑이, 난소암 등은 사타구니·골반, 두경부암은 목쪽의 림프절을 주로 제거한다. 이로 인해 림프액(면역 기능을 하는 체액)이 정상 순환하지 못하고 다리나 팔에 고여서 붓고 염증이 생긴다. 이런 림프부종은 선천성이나 기생충 감염에 의해서도 생기는데, 임상적으로 문제되는 림프부종의 절반 이상은 암 수술 후 생기는 ‘2차성 질환’에 해당된다.

림프부종 초기에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기와 통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면 피부를 손으로 눌렀다 뗐을 때 움푹 파인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부은 곳의 말초신경이 자극돼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감염으로 인해 부종 부위에 열감과 피부 발진이 동반되고 계속 진행되면 피부가 검어지고 두꺼워져 마치 ‘코끼리 다리’처럼 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양쪽 팔·다리의 둘레가 1㎝ 이상 차이나면 경도의 림프부종으로 진단된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림프부종클리닉 심형섭(성형외과) 교수는 21일 “이론상으론 2㎝ 이상 차이가 있어야 하지만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예민하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림프부종은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단순한 암 치료 후유증 정도로 간과해 방치하는 경우 피부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가 진행돼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또 팔과 다리의 부기로 인해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이 따르고 팔·다리 모두 외부 노출되는 부위라 환자가 느끼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초기부터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치료와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권고된다. 치료는 압박스타킹법이나 림프배출 마사지, 적절한 운동 등 보존적 방법을 우선 시도하고 효과가 없거나 림프관이 정상 기능을 못하는 상태라면 수술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기능이 남아있는 림프관을 찾아 림프액이 정맥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우회시키는 방법(림프관·정맥문합술)과 쇄골 등 다른 부위의 정상 림프절을 떼와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심 교수는 “특히 다리의 림프부종이 오래되면 지방 조직이 쌓이는데, 이땐 림프관·정맥문합술과 함께 지방흡입술을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또 코끼리 다리처럼 부종이 엄청 심한 경우 늘어난 피부와 함께 림프 조직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림프부종 수술은 0.2~0.6㎜의 림프관을 혈관에 연결하는 초미세 수술로, 의료진의 고난도 기술과 최첨단 림프관 영상 장비(근적외선 카메라 플루오빔 등)를 갖춰야 해 국내 시행 병원이 많지 않다.

수술 전후 재활 치료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치료 효과가 높은 만큼, 재활의학과와 성형외과의 협진도 필수적이다. 심 교수는 “우리 림프부종클리닉의 경우 외과와 산부인과에서 환자가 생기면 1차 협진의뢰를 재활의학과로 일원화했으며 재활의학과와 성형외과 전문의 간 논의를 통해 수술 필요 환자와 보존적 치료 대상 환자를 분류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림프부종은 암 수술 후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후유증이 아니라 적극적인 수술 및 치료로 충분히 극복하고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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