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구상, 관건은 '北 호응' 끌어낼 방법

장희준 2022. 11. 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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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구상' 첫 공개세미나…개선방안 토론
김태효 "대화 성사될 때까지 대북억제 계속"
전문가들 "北 호응해 나올 여지 적다는 문제"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놓고 첫 공개 토론이 이뤄졌다. 포문을 연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억제·단념·대화 등 이른바 '3D'라 불리는 총체적 접근을 바탕으로 한 대북 억제에 방점을 찍으면서 전 정부와 달라진 강경한 기조를 드러냈다.

그러나 담대한 구상의 실제 이행을 위한 관건은 '북한의 호응'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방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정책에 호응해 나올 여지가 모호하다는 점을 짚으면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을 때 우리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담대한 구상, 억제력 바탕으로 한 비핵화 로드맵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통일부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기조발제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해 국론을 통합시켜야 하며, 특히 북한과의 '유의미한 대화'가 성사될 때까지 억제와 단념을 지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현재 강력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Deterrence)하고,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 개발을 단념(Dissuasion)시키며, 외교·대화(Diplomacy)를 통해 비핵화를 견인하는 총체적 접근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 스스로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3요소 중 억지와 단념은 애초부터 작동 중"이라며 "3가지가 처음부터 같이 가면 좋지만, 잘 안된다면 마지막의 대화가 성사될 때까지 억지와 단념을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형 3축 체계의 구축을 가속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실천 방안으로는 킬체인 강화, 핵 도발 불사 시 대량보복 합의 실천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핵·미사일 징후 시 사전조치 태세를 준비해야 하고 미사일이 발사된다면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킬체인을 강화해야 한다"며 "핵 도발을 불사할 경우 대량보복을 통해 핵 공격이 북한 정권의 종말로 이어진다는 한미 간의 합의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북한이 순순히 쉽사리 비핵화 대화를 시작하자고 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북한의 정치·군사적 목적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단념 외교가 재개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담대한 구상은 '평화'를 중시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 대북정책과 비교할 때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처럼 다소 강경한 추진원칙이 제시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력한 억제를 바탕에 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북한이 호응해 나올 여지를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이날 김 차장의 발언은 억제·단념 등에 대해서만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을 뿐 대북정책의 실제적 이행을 위해 북한을 어떻게 협상에 복귀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되기도 했다.

"北 관심사는 대미관계 개선…호응할 여지 부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문가들 역시 담대한 구상에서 가장 난감한 지점이 '담대한'이라는 형용사라고 지적하며,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협력을 '교환'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사회를 맡은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북한의 호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남북관계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토론에서 가장 많은 지적이 제기된 지점은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 통일부가 공개한 대북정책 자료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북미관계'라는 표현이 쓰인 것과 달리 '미북관계'라는 표기가 사용됐다. 현 정부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기조와 경색된 남북관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주태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담대한 구상은 경제지원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 조치까지 망라한 구상"이라며 "미북관계 개선을 통해 미북관계 수교, 미북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북한이 호응해 나올 여지가 적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구체적 이행을 위한 개선·보완 방향으로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부터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은 "북한의 최우선 관심사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중단으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자신들의 핵을 '경제협력'과 바꾸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체제 안전 문제는 한국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인데, (담대한 구상은) 현재로선 북한이 먼저 호응하지 않는 이상 첫걸음을 떼기도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 역시 "비핵화 협상 초기 단계에 북한이 협상에 나오면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것만으로 북한은 (남한이 담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구상이 담대하려면 북미 사이에 한국이 어떤 가교의 역할을 할 것인가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7년 이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왔던 것도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했기 때문이다"라며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때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가 준비돼야 '담대한' 구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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