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대통령실 바로 옆에서…이상민 물러나야” 참사 한 달 만에 이태원 유족 만난 與
“건물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압사를 당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그것도 대통령실 바로 옆에서….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납니까.”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1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이렇게 성토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여에 걸쳐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20여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10월 29일 참사 발생 이후 유족들이 여당 지도부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들은 이 자리에서 당ㆍ정의 안전관리가 부실했던 점을 질타했다. 비공개 간담회였지만, 유족들의 고성이 간간이 문틈으로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 일부 유족은 “건물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물리적인 뭔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게 말이나 되나”라며 “대통령실 바로 옆에서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담회가 끝나고 나서도 일부 유족은 눈물을 흘리며 다른 유족들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여당에 “유족 전체 모임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익명을 원한 참석자는 기자들과 만나 “여태까지 (여당에서) 저희에게 연락 온 게 한 번도 없었다”며 “유족 전체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좀 찾아달라, 모임을 열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도 “당에서는 지금껏 한 번도 만나자고 하지 않았다. 우리 요청으로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족들은 간담회에서 “최고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정부ㆍ여당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참사로 30대 아들을 잃은 유족 A씨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바로 옆에서 무책임한 이런 사건이 났으면 속시원히 사과라도 하고 책임지는 사람을 하나라도 보여줘야 한다. 이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며 “누구 하나 책임자도 없고 사과도 없다. 유족들은 제2, 제3의 아픔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A씨는 “참사가 아니고 정부의 간접 살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역대 분향소 중에 위패가 없었던 곳이 어디 있느냐”며 “(위패·명단 등) 공개 여부를 갖고 논쟁하지 말고 끝내달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다른 참석자는 중앙일보에 “장관뿐만 아니라 국무총리까지 다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간담회에선 “1차적으로 대통령이 진심어린 사과를 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추진 중인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유족들은 “진실을 밝히자는 건데 밝히면 되는 것 아니냐”며 참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국정조사 불참을 결정했다. A씨는 “특별수사본부에서 한다고 하는데 책임자(책임지는 사람)도 없는데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 지금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그대로 다 있는데 믿을 수가 없다”라며 “국정조사가 나쁠 게 뭐가 있느냐. 뭐가 두렵나”라고 말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검수완박 때문에 검찰 수사가 어렵다’는 취지로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날 때 문 앞에 서서 회의장을 나가는 유족들에게 일일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유족분들의 절절한 말씀을 들어주는 시간들이었다”며 “정부ㆍ여당으로서 너무나도 송구하고 죄스럽다고 말씀드렸다. 사고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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