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피해 기금, 세계종말 기금 될수도”…COP27이 남긴 과제

천권필 2022. 11. 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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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에서 한 참가자가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손에 적었다. AP=연합뉴스

“지구는 아직도 응급실에 있다. 세계는 여전히 기후 야망에 대한 거대한 도약이 필요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끝나고 이런 말을 남겼다. 20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COP27이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합의하는 등 국가 간 기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역사적 진전을 이뤄냈지만, 동시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해결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후퇴했다며 손실과 피해 기금이 ‘세계 종말을 위한 기금’이 될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①‘손실과 피해’ 합의했지만…누가 돈 낼까


COP27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사무 특사와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COP27의 가장 큰 성과는 가뭄과 홍수 등 각종 기후 재난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을 조성하는 데 극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큰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피해에 책임이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BBC는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은 2015년 체결된 파리 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성과로 여겨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어떤 국가가 돈을 낼 것인가다. 55개 기후변화 취약국들이 지난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기후 관련 손실 총액은 약 740조 원(5250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약 20%에 해당한다. 당사국들은 선진국·개도국 인사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를 설립해 기금과 지원 체계의 상세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를 내년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미국과 EU 등 선진국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진 중국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는 “우리 모두 중국이 세계적 책임을 다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선진국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사무 특사는 “COP27이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문제를 처음으로 의제에 포함해 개도국의 우려에 대응한 것은 매우 큰 진전”이라면서도 “파리협약에는 기후기금이든 손실기금이든 선진국은 출자의 책임과 의무가 있고 개도국은 자발적으로 출자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1992년 UN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선진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자발적인 재정 지원만 하면 된다. 하지만, 신흥국들의 재정 부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커질 경우 중국과 마찬가지로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②온실가스 감축은?…“화석연료 퇴출 기회 놓쳐”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이번 총회에서는 화석 연료의 퇴출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논의도 진행됐지만, 지난 COP26과 비교해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모든 당사국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선진국 및 군소도서국 협상그룹(AOSIS) 등은 총회에서 석탄발전의 단계적 축소와 함께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철폐보다 진전된 감축 노력을 요구했으나 모두 반영되지 못했다.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과학자들은 2025년 이전에 탄소배출이 정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번 합의문에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페루 환경부 장관 및 COP20 의장을 지낸 마누엘 풀가-비달 WWF 글로벌 기후ᐧ에너지 총괄도 “각국 지도자들은 화석 연료의 퇴출을 가속해 기후 재앙에 대처할 기회를 놓쳤다”며 “긴급한 배출가스 감축 없이는 손실과 피해의 규모를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실 및 피해 기금의 합의는 긍정적인 발걸음이지만 국제 사회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세계 종말을 위한 기금이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③기후변화 적응은 다음 총회로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에서 이재민들이 물에 잠긴 집에서 짐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의제 역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다음 총회로 과제를 넘기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홍수에 대비하는 시설을 구축하고 숲을 복원하는 등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과 위험에 대처하는 건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도국들에는 생존의 문제다.

이번 총회에서는 개도국들의 요청에 따라 전지구적 기후변화 적응 목표 달성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설립하기로 했다. 다만, 그 성격과 목적, 세부 운영 방식 등은 ‘글래스고-샤름엘셰이크 작업프로그램(GlaSS)’을 통해 구체화하고 제28차 당사국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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