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향기 하면 오리엔털 계열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텐데 사실 상당히 두루뭉술한 표현이다. 과거 유럽인이 환상을 품었던 동쪽, 즉 중근동, 인도 등 아시아와 근래엔 남미에서도 얻는 바닐라, 아니스, 통카빈, 카다멈, 너트메그(육두구) 같은 향신료와 랍다넘, 벤조인(안식향), 프랑킨세스(유향), 오우드(침향)같은 수지, 시더우드(삼나무의 일종), 샌들우드(백단향) 같은 나무, 머스크(사향), 시벳(영묘향), 앰버그리스(용연향) 같은 동물성, 패출리 같은 허브, 앰버같은 조합 향을 모두 아우르는, 그들에게 이국적인 향조.
몇몇 향료는 얻기도 어렵고 채취가 금지된 것이 많아 합성 향료로 대체된 경우가 많은데 가볍고 싱그러운 느낌과 정반대로 향이 묵직하고 지속력이 좋아서 잘못하면 고른 듯할 수도 있지만 잘 쓰면 섹시한 유혹의 향이 된다는 게 공통점. 그래서 더운 계절 만원 지하철 안에서 잔뜩 뿌리면 자칫 ‘악취 테러’가 될 수 있으나 추운 계절 고독을 씹으며 소량만 쓰면 신비롭고 관능적인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 한편 향수업계에선 과거 너무 유럽 중심적 시각으로 드넓은 동양과 동양인 전체를 물적 대상화했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일어 최근엔 ‘오리엔털’보다 ‘우디’, ‘앰버리’, ‘스파이시’ 같은 보다 구체적 표현을 주로 쓰고 있다.
스파이시 향조는 향신료 중에서도 블랙 페퍼(흑후추), 카다멈, 시나몬, 커민처럼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향이 주가 되는 것이다. 추울 때 향신료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땀이 나고 혈액순환도 잘 되듯, 스파이시 향도 처지기 쉬운 계절에 기운을 북돋운다.
우디는 이름 그대로 시더우드, 샌들우드 등 나무 향인데 겨울엔 마치 눈으로 둘러싸인 산장의 벽난로 앞에 앉은 것처럼 따스한 느낌 또는 오래되고 메마른 고목 느낌으로 조향한 제품이 잘 어울린다.
앰버(amber)는 식물 수지가 굳어져 묻힌 것이 오랜 세월 흐르며 보석이 된 호박의 이미지를 바닐라, 벤조인, 랍다넘 등 여러 향료를 조합해 따스하고 달콤하게 구현한 향조다.
원래 사향노루의 향낭 속 페로몬인 머스크는 현재는 합성 향료나 식물성 향료인 암브레트로 대체되었는데,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지속력이 좋아 수많은 향수의 베이스 노트로 쓰인다.
화이트 머스크는 보다 가벼워서 더운 계절용으로 시트러스, 그린 계열과 조합한 향수도 많지만 추운 계절엔 더 무겁고, 머스크 자체를 강조한 것들이 두드러진다. 머스크와 꽃 향이 잘 어우러지면 포근한 담요에 둘러싸인 것 같은 아기 분 냄새, 즉 파우더리 향이 나기도 한다.
가죽 향인 레더, 담배 향 토바코 등 자칫 독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매력적인 향도 추울 때 더 잘 어울린다.
겨울의 플로럴 계열은 흐드러지게 판 핀, 여름꽃이 아닌, 마른 꽃 또는 추위 속에 피어난 고고한 꽃 느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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