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 채찍질로 처벌 … 탈레반 ‘공포 통치’ 부활 조짐

북동부에서 19명이 간통·절도·가출 등 혐의로 채찍질형
탈레반, 판사들에게 이슬람 율법 ‘샤리아’ 철저 이행 지시

지난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탈레반 군인이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공포 통치 부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대법원 관계자인 압둘 라힘 라시드는 북동부에서 19명이 간통·절도·가출 등으로 채찍질형을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재집권 후 아프간에서 채찍질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공식 확인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라시드는 지난 11일 북동부의 탈로칸에서 10명의 남성과 9명의 여성이 각각 39번의 채찍질을 당했으며, 금요 예배 후 제일 모스크에서 장로·학자·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들 19명이 어디에서 왔는지, 채찍질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기 전에 1, 2심 법원을 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식은 앞서 탈레반이 사법부에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지시한 후 알려졌다. 지난 12일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남부 칸다하르에서 판사들에게 "절도·납치·선동 등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한 후 샤리아의 모든 조건에 맞으면 후두드(Hudud)와 키사스(Qisas)를 시행할 책임이 있다"며 "이는 샤리아의 결정이자 나의 명령인 동시에 의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후두드는 살인·강도·강간·간통 등 중범죄에 대한 이슬람식 형벌로, 참수·투석(돌을 던져 죽이는 형벌)·손발 절단·태형 등 극단적인 처벌을 담고 있다. 또 키사스는 쿠란(이슬람 경전)의 형벌 원칙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비례 대응 형벌 개념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문제에 정통한 정치분석가 라히마 포팔자이는 AFP통신에 "탈레반이 진정으로 후두드와 키사스를 시행하려 한다면, 그 목표는 아프간 사회에서 단계적으로 사라졌던 공포를 다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에 공개 처형, 태형, 투석형 등 가혹 형벌을 통한 공포 통치를 시행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재집권하며 여성과 소수자 권리를 지켜주는 등 보다 온건한 국정을 펼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지금껏 극단적 처벌 사례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으나, 이날 채찍질형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공포 통치가 부활한 것이 아니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