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크론 반도체 감산, 호재냐 악재냐…엇갈리는 해석

배준희 2022. 11. 20. 22: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램 글로벌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이 감산 계획을 재차 공식화하자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 중이다. (SK하이닉스 제공)
세계 3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감산을 결정했다는 소식에 반도체 기업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확산 중이다. 반도체 감산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18일 SK하이닉스는 4% 하락한 8만7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10% 넘게 급락해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삼성전자도 2% 하락한 6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1월 19일 증시에서는 전날 하락분을 일부 만회했지만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투자자 시선에서는 불안감이 읽힌다.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을 키운 이벤트는 마이크론의 감산 발표다. 마이크론은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수량을 지난 6~8월보다 약 20% 줄이기로 했다. 설비 투자도 추가로 줄인다.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제품 수요가 줄고 재고가 쌓인 탓이다. 이에 마이크론의 내년 D램 생산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낸드플래시는 한 자릿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200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앞서 마이크론은 올 초 공급망 대란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공급 과잉 우려를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내년 업황 반등을 바라보고 반도체 주가가 미리 상승했지만 결국 아직 업황은 최악이라는 것을 마이크론이 다시 상기시켰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감산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통상 반도체 감산은 업황 턴어라운드 신호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반도체 회복 사이클은 D램 업체들의 설비 투자 감소→전방 산업 재고 축소→반도체 수요 증가의 패턴을 보였다. 반도체 기업은 수요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설비 투자 규모를 줄여 생산 가동률을 줄인다. 이 신호가 나오면 주가는 바닥을 찍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감산 공식화는 ‘밸류에이션 콜(주가 바닥에서 매수 신호)’로 이어지는 것이 지금까지 반복된 패턴이었지만, 감산 계획이 반복적으로 회자되면서 내년 업황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강의 설비 투자 전략도 차이가 있다. 2, 3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은 감산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도 반복된 감산 언급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마이크론의 감산 결정이 종국에는 메모리 업황의 반등 시기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다소 줄더라도 공급이 더 크게 감소한다면 제품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침체로 수요가 좋지 않더라도 공급을 줄여 공급이 수요를 밑도는 상황이 발생하면 가격이 상승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된다”며 “투자 축소 발표 이후 실제 공급이 감소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내년 2~3분기부터 메모리 업황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