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지 작품, 크리스티 경매서 2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은주 2022. 11. 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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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국서 활동하는 김민정 작가
뉴욕 경매서 2006년 작품 불꽃 경합
낮은 예상가 3배 가격에 낙찰 화제
최근 LISD 뮤지엄서 작품세계 소개
김민정, Vuoto nel Pieno, 2006,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97 x 154 cm. 사진 크리스티

한지를 재료로 독창적인 작업을 선보여온 김민정(60) 작가의 작품이 최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억 5000만원에 낙찰됐다. 한국 작가의 한지 작품이 뉴욕 한가운데서 세계적인 컬렉터들이 주목한 큰 경매에서 높은 가격으로 낙찰된 것이다.

화제의 작품은 2006년 작 비움과 채움(Vuoto nel Pieno)'(2006)으로, 지난 17일 저녁 8시(현지시간) 뉴욕 크리스티 '21세기 이브닝 세일'에서 18만9000달러에 낙찰됐다. 추정가 6만(8000만원)~8만달러(1억원) 2.5~3배 가격에 새 주인을 만난 것이다. 작품은 경매가 시작된 뒤 전화와 온라인, 현장 입찰자들 간 치열한 경합 끝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매에는 제프 쿤스, 장-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 21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획기적인 걸작들이 함께 선보여졌다. 또 찰스 레이, 은지데카 아쿠닐리 크로스비, 토인 오지 오두톨라 등 요즘 주목받는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나왔다.

이번 낙찰 결과는, 한지를 소재로 한 현대미술 작품이 국제무대에서 예술성과 시장성을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성과로 풀이된다.

김 작가의 작품은 이탈리아 아그라띠 컬렉션 (Agrati collection)에서 16년간 소장돼오다 이번 경매에 처음으로 나왔다. 아그라띠 컬렉션은 이탈리아에서 판자 디 비우모 켈렉션에 버금가는 현대 미술 최고의 콜렉션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당시 이 작품은 3000유로(당시 한화 약 400만원)에 판매됐다.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는 작가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1월 이브닝 경매가 가장 큰 경매인데, 순수 한지 작품이 이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의 종이 만드시는 장인 어른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지와 불, 먹으로 완성한 현대미술


한지 재료를 가지고 작업 중인 김민정 작가. 이영민 사진가 촬영.
김민정, Mountain, 2019 Ink on mulberry Hanji paper 58.7 x 57 cm, LISD 미술관 소장품.

김 작가는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미술 무대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한국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광주광역시 태생으로, 홍익대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국립미술원에서 수학했다. 그는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멀리 떠나간 그곳에서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한지와 먹, 붓이 새롭게 보였다"고 말한 바 있다.

2000년 대 초반부터 그는 한지와 불, 먹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한국의 미학을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유럽과 미국을 주무대로 30여 년간 작업해오며, 작품 특유의 다채로움과 서정성으로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2017년 대영박물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된 데 이어 2018년 영국 런던 화이트큐브 갤러리, 2019년 독일 노이스 랑겐 파운데이션 등 세계 유수의 예술 공간이 앞다퉈 그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세계적인 출판사 파이돈은 최근 펴낸 미술 전문서 『비타민 D3: 오늘의 동시대 드로잉 베스트』에 김민정을 소개했다.

불에 의한 그을림으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선은 그의 작품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작품 역시 태워진 한지의 선과 겹쳐 내려간 종이 층으로 이뤄져 있다. 제목 'Vuoto nel Pieno'는 이탈리아어로 ‘없음, 공허함’ 을 뜻하는 Vuoto와 ‘가득함’을 뜻하는 ‘Pieno’가 만나 '비움과 채움'이란 뜻이다. 이는 '고정불변한 것은 없고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으로,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의미를 전한다.


RISD에서 한지 우수함 알려


김민정. The Street, 2020, 한지에 혼합재료, 142.5x203cm. 비오는 날 거리에 우산이 꽃처럼 수놓아진 풍경을 상상하며 추상화한 작업이다. 지난해 갤러리현대 전시에서 선보였다. 사진 갤러리현대
한편 지금 미국 로드아일랜드에 위치한 RISD 뮤지엄 'Being and Believing in the Natural World' 전시에도 뮤지엄 소장품으로 김 작가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RISD뮤지엄은 지난 11일 전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워크숍을 겸한 그의 아티스트 토크도 열었다.

2시간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그는 한국 한지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과 문방사우와 같은 전통 재료를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자신의 다양한 연작에 대해 강연했다. 또 작품의 근간이 되는 철학과 창작 과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직접 한지와 불을 이용한 작업 과정의 일부를 시연하기도 했다.


'레이디 디올 백' 콜라보도


김 작가는 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Dior 과 콜라보레이션한 ‘레이디 디올 백’ 4종 출시를 앞두고 있다. ‘레이디 디올 백’은 디올의 시그니처 백으로, 매년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김민정 작가는 그의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인 ‘스트리트(The Street)’, ‘스토리(Story)’, ‘붉은산(Red Mountain)’을 가방 디자인에 녹여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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