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文, 김여정 만남 주선에 열성…일부러 지각하고 피했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포함해 북한 인사들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밝혔다.
펜스 전 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간한 회고록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 중 제32장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에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열린 사전 환영 행사에서 펜스 전 부통령과 북한 최고위 인사들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열성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 행사에는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해 국내외 주요 인사 200명이 참석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남 위원장과 같은 만찬 테이블에 앉게 돼 있었는데, 이는 문 전 대통령이 주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사 시작에 앞서 마련된 단체사진 촬영 때에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함께 의도적으로 늦게 도착해 사진 촬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김영남 위원장과의 만남을 '정중하게 강요'(politely force)하려고 한다고 판단한 펜스 전 부통령은 각국 귀빈들과 악수를 해가며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다가 만찬 테이블에 앉지 않고 행사장에서 퇴장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그것은 북한에게 거대한 상징적 승리가 됐을 것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이후 개막식 때도 김여정 부부장과 같은 귀빈 박스석에 앉았지만 의도적으로 그를 무시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캐런(펜스 전 부통령의 부인)과 내가 박스석에 도착했을 때 문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 우리 왼편에 앉았고, 아베 총리와 그의 부인이 우리 오른편에 앉았다"며 "우리 뒤쪽 줄의 오른편에 김정은 여동생(김여정)이 앉았다. 나는 그(김여정)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다른 좌석 배치도 제안받았지만 이런 배치를 택했다"며 "미국과 일본, 남한이 단결해서 북한의 도발에 맞선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했다.
아울러 펜스 전 부통령은 방한 중이던 당시에 북한 측이 만나자고 비공식 채널로 제안해왔다며 양측이 청와대에서 10일 만나는 것으로 거의 성사가 됐으나, 회담이 열리기 몇 시간 전에 북한 측이 "평양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만나지 않겠다고 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 시작 2시간 전에 북한이 더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소식이 평양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카메라가 찰칵 소리를 내며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내가 여동생(김여정)과 만남을 거부한 것이 김정은의 심기를 거스르게 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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