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코인 사기 피의자 병원 검사 중 도주

경찰, 18일 공개수배로 전환 … 최고 500만원 검거 보상금
지난 3월 부산서도 구속집행 정지 여성 입원 중 잠적
“경찰의 피의자 관리 부실한 것 아니냐” 비판 여론

박상완 공개수배문. 사진=경기 오산경찰서 제공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경기 오산경찰서는 18일 투자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던 중 도주한 피의자 박상완(29)씨를 공개수배했다.

박씨는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인터넷에 '코인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투자자를 모집한 다음 52명으로부터 45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씨의 공범 6명을 구속한 데 이어 지난 16일 오후 5시 45분께 서울 모처에서 박씨를 체포했으나 17일 오전 유치장에 구금 중이던 그가 갈비뼈 주위 흉통을 호소하자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병원에 데려갔다. 이후 박씨는 자기공명촬영(MRI) 검사를 받기 위해 수갑을 푼 채로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다가 갑자기 뛰쳐나와 검사실 밖에서 대기하던 수사관 2명의 추격을 따돌리고 병원 앞에 있던 승용차를 타고 도주했다.

경찰은 당초 박씨를 오산경찰서와 가까운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데려갔다가 진료 일정이 맞지 않아 박씨가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서초구 병원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박씨를 추적하는 한편 도주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피의자 관리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박씨는 키 181㎝의 다부진 체격으로, 도주 당시 위아래 모두 검은색 체육복 차림이었다. 경찰은 박씨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 제보를 한 사람에게 최고 500만원의 검거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제보 또는 신고는 국번 없이 112, 오산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으로 하면 된다.

범죄자가 병원 치료 중 도주한 사례는 지난 3월 부산에서도 있었다. 당시 수십억대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받고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50대 여성이 안과 질환을 호소해 나흘 후 복귀 조건으로 구속집행 정지를 받고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잠적했다. 이 여성은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어 지내다가 도주 두 달 후인 지난 5월 붙잡혔다. 경찰이 이 여성을 검거하기 전까지 피해자들은 그가 해외로 도피했을까봐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후 이 여성은 지난 8월 항소심에서 권고형 상한 기준보다 1년 6개월 많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지난 9월 15일 전남 여수경찰서 주차장에서 성범죄 피의자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헐겁게 채운 수갑을 풀고 도주했다가 다음 날 다시 붙잡힌 일이 있었고, 지난 7월 광주에서도 파출소에 붙잡혀 온 지명수배범이 도주했다가 7시간 만에 검거돼 경찰의 피의자 관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