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세한도'의 나무, 이렇게 귀했나요?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
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윤소정 기자]
가을이 되면 노랗게 빨갛게 물드는 나뭇잎이 아름답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는 계절에도 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있다. 이러한 상록수는 대표적으로 소나무가 떠오르지만, 소나무의 뾰족한 잎과는 다르게 좀 더 포근한 느낌을 주는 나무가 있다. 바로 측백나무이다.
▲ 세한도 김정희, 1844년, 종이에 수묵, 23.9 x 70.4cm |
ⓒ 국립중앙박물관 |
"공자께서는 '가장 추운 시절이 된 뒤에야 송백이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음을 안다'고 하셨다. 송백은 본디 사철 푸르러 잎이 지지 않으니 세한(설 전후의 추위, 몹시 추운 한겨울의 추위) 이전에도 송백이요 세한 이후에도 송백인데, 성인께서는 특별히 세한 이후를 칭찬하셨다. 지금 그대가 나를 대함을 보면, 내가 곤경을 겪기 전에 더하지도 않았고 곤경에 처한 후에 덜하지도 않았다."
▲ 심산지록 윤두서, 종이에 담채, 127 x 90.5cm, 간송미술관 소장 |
ⓒ 공유마당(CC BY) |
▲ 사문탈사 정선, 비단에 채색, 21 x 32.8cm, 간송미술관 소장 |
ⓒ 공유마당(CC BY) |
편지는 정선의 벗이자 <사천시초>를 저술한 시인 이병연(1671~1751)이 쓴 것으로, 이병연이 '율곡 이이 선생이 소를 타고 눈 덮인 절을 찾았던 고사'를 화제로 겸재에게 보낸 것이다.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절을 둘러싼 커다란 고목들은 측백나무이다. 측백나무의 특징인 세로로 갈라진 나무껍질은 빗금으로 표현했고, 비늘처럼 납작한 잎에는 눈이 쌓여있다.
▲ 측백나무 |
ⓒ 픽사베이 |
예로부터 측백나무를 불로장생의 상징, 신선이 되는 나무라 여겨 귀하게 대접했으며, 왕족이나 귀족의 무덤 혹은 사찰 주변에 심었다. 측백나무는 잎과 열매를 약으로 사용한다.
▲ 백자인 |
ⓒ 윤소정 |
백자인은 다량의 지방유를 함유하여 장을 적셔주고 대변을 통하게 한다. 즉, 대장의 진액이 줄어 대변이 굳어진 변비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기름기가 많아 공기 중에서 산패되기 쉬우므로, 밀봉하여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백자인은 심장을 튼튼하게 하여, 잘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 혹은 불면증에 사용하며 정신을 안정시킨다. 땀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 식은땀이 날 때도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송백(松柏)을 나무들 중 으뜸이라 하는데, 소나무를 공(公), 측백나무는 백(伯)이라 했다. 작위로 보자면, 공작인 소나무보다는 아래지만 측백나무는 백작인 셈이다. 이는 변치 않고 푸른 송백의 자태와 향기 때문이겠지만, 유용한 쓰임새도 한몫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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