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펑, 내년 부총리 '승진’ 앞두고 한껏 존재감 과시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김규환 2022. 11. 1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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何, G20정상회의 미·중 정상회담서 류허 대신 배석
인민일보 기고를 통해 중국 경제발전 청사진 제시
경제학 박사인 경제전문가로 ‘시자쥔’의 핵심 인물
총리후보 경제관련 경험 일천해 실세 부총리 될 듯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조 바이든(왼쪽 줄 세번째)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줄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물리아 호텔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진행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물리아 호텔 미·중 정상회담장. 회담장에는 장식용 꽃을 사이로 5m 간격을 두고 두 개의 긴 테이블이 놓였다. 테이블에는 미·중 정상을 중심으로 양쪽에 각각 4명이 배석하는 방식으로 두 나라에서 각각 9명이 참석했다.


배석자들의 면모가 관심을 끌었다. 미국 측 인사들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니컬러스 번스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 등이 조 바이든 대통령 옆에 자리했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3기를 맞은 중국 측 진용에는 ‘대표 얼굴’이 바뀌었다. 집권 1~2기에서 중국 외교사령탑을 맡아 대미관계의 틀을 짰던 양제츠(楊潔箎) 중앙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새로 정치국위원으로 승진한 왕이(王毅) 국무위원겸 외교부장이 배석했다. 미국과의 경제전쟁을 조율했던 류허(劉鶴) 부총리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새로 정치국원으로 진급한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등장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카운터 파트로서 시 주석 곁을 지켰다.


시 주석의 집권 3기 중국 경제의 실질적 사령탑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허리펑 주임이 벌써부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에 장문의 기고를 통해 중국 경제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허 주임은 지난 14일 '고품질 발전은 사회주의 현대화국가 건설에서 최우선 임무'라는 제목으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기고한 6700자 분량의 장문의 글을 통해 ▲ 새로운 발전방식 구축 ▲ 생산성 향상 ▲ 산업 공급망의 유연·안정성 확보 ▲ 도농(都農) 융합발전 촉진 ▲ 고도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구축 ▲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 촉진 ▲ 녹색·탄소개발 촉진 ▲ 국민 삶의 질 향상 등 8대 구상을 내놨다.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의 지난 14일자 인민일보 기고문. ⓒ 인민일보/연합뉴스

허 주임은 "향후 5년은 사회주의 현대화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중국 경제는 이미 고품질 발전단계로 전환됐고, 경제와 사회발전은 반드시 고품질 발전을 추진하는 것을 주제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발전방식 구축을 위해 내수를 적극 확대하고 외수를 안정시켜 국제대순환의 질과 수준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하고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정적인 식량생산 및 증산과 에너지 공급체계 개선 등을 통한 산업 공급망의 유연·안정성을 확보하고, 베이징(北京)과 톈진, 허베이(河北)성을 잇는 징·진·지(京·津·驥) 공동발전과 창장(長江·양쯔강) 경제벨트 발전 등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 등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대외개방 등을 위해 '팡관푸'(放管服·시장기능 강화와 서비스개선) 개혁 심화, 시장화·법치화·국제화 비즈니스환경 조성, 외자유치 역량 확대 등도 언급했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시 주석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과 관련해서는 "고품질 발전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며 중산층을 확대하고 기회의 공평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주임은 지난달 열린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중앙정치국(24명)에 진입했고, 류허 부총리의 뒤를 이어 중국 경제·금융·산업을 총괄하는 경제담당 부총리를 맡을 것으로 확실시되는 인물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외에도 2018년 12월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중 정상회담과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 등에도 배석해 대외경제 분야에 대한 입지를 다졌다.


2019년 6월20일 시 주석의 방북 때 밀착 수행했는가 하면 지난달 31일에는 시 주석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에도 배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허 주임이 중국 국내외 방문에 꼭 동행하는 시 주석의 ‘심복 중의 심복’으로 그가 시진핑 3기 경제기조를 가장 잘 구현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2018년 3월 6일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회의 기자회견에서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민일보 캡처

경제학 박사로 경제전문가인 허 주임이 수장으로 있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한다. 국내 대형 인프라사업을 지휘할뿐아니라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지휘·감독하는 자리다.


그는 시 주석이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부시장으로 일할 때 샤먼시 재정국 부국장과 국장을 지내며 손발을 맞춰온 이후 40년 가까운 친분을 쌓아온 덕분에 '시자쥔'(習家軍·시 주석의 측근그룹)의 핵심 인물로 분류된다. 시자쥔 내 최고 실권자로 꼽히는 딩쉐상(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보다 오히려 시 주석의 총애를 더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 주석이 1987년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재혼할 때 참석했을 정도로 시 주석과는 매우 각별한 사이기도 하다.


푸젠성 경제에서 70%를 차지하는 3대 경제도시인 푸저우(福州)와 샤먼(厦門), 취안저우(泉州)에서 모두 수장을 지내고 톈진시 빈하이(濱海)신구 경제개발 관리를 책임지는 등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 2014년부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시 주석의 주요 정책인 일대일로와 징진지 발전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시 주석 3기 경제정책을 규정짓는 ‘14차 5개년 계획’의 작성자이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에 ‘시진핑사상 연구소’를 설립해 시 주석의 통치철학을 뒷받침한 인사이기도 하다.


특히 허 주임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문화혁명 기간에 시 주석과 같은 신고(辛苦)의 세월을 보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1973년 푸젠(福建)성 융딩(永定)현 리신(立新)농장으로 하방돼 3년간 지식청년 생활을 보냈다. 중국에서 대학 입시가 부활한 1978년 샤먼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정책 추진력이 강하고 성장에 중점을 두는 반면 중국의 부동산 시장 과열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류허 부총리가 성격이 진중하고 말을 아끼는 교수 스타일이라면 허 주임은 정책을 밀어붙이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 자료: 중국 신화통신/홍콩 명보

이런 만큼 그의 ‘경제권력’은 예상보다 강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경제 총지휘자인 국무원 총리의 승진이 사실상 확정된 리창(李强) 정치국 상무위원은 경제업무 담당 이력이 전무한 까닭이다. 저장농대 농업기계화학과를 졸업한 그가 맡은 경제 관련 업무라곤 2년 간 저장성 공상행정관리국장으로 재직한 게 전부다.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저장성 루이안(瑞安)현 서기를 거쳐 저장성에서 민정(民政) 부문의 관리로 재직하다가 저장성장에 이어 당서기로 재직한 시 주석의 비서실장 역할을 매끄럽게 해냈다. 이어 저장성장, 장쑤(江蘇)성 당서기, 상하이(上海) 당서기를 역임했다.


그렇지만 리 상무위원은 중국에서 보기 드문 '친(親)시장주의' 이력과 시 주석 '예스맨'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베이징대의 금융과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와는 달리 친기업 행정과 외자유치 활동을 하면서 친시장 실물경제를 익혔다. 홍콩 이공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해 학력을 보충하기도 했다.

그는 장쑤성 당서기 때부터 빅테크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 전 회장과 긴밀히 교류해 지역투자 성과를 냈다. 상하이 당서기 시절엔 외국 자동차 기업의 단독 설립을 불허하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상하이공장 설립을 허가해 주목받았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정치 전문가인 리청(李成) 연구원은 리 상무위원을 "시장 친화적인 유능한 경제 기술자"로 규정했다.


문제는 리 상무위원이 시 주석 ‘충성맨’이라는 점이다. 제20차 당대회를 계기로 시 주석의 1인 천하가 된 마당에 그의 친기업적 성향이 중국 정부의 최종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리서치기업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어 중국연구 부국장은 "총리로서의 리창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시진핑의 조언자이자 집행자일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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