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북확성기 등 심리전 스탠바이…'尹 결단만 남았다'
文의 4·27 판문점 선언으로 현재 올스톱
軍, 신형 확성기 40대 도입해 운용 준비
尹의 남북합의 효력 중단 시, 재개 가능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행하며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인 가운데, 우리도 대응 수위를 높이는 차원에서 군사적 대응과 함께 대북 심리전 재개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북한 정권과 군 당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것이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와 같은 '소프트파워'에 기반한 대북 심리전이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측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안건이 '대북 심리전 중단'이었다. 이는 판문점 선언 2조 1항에 그대로 담겨, 이후 접경 지역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일체 중단됐으며 지금까지 멈춰있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군은 정권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수 있는 준비를 갖춰 놓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은 1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기동 확성기 16대, 고정 확성기 24세트 등 신형 확성기를 도입했으며, 언제든 운용이 가능하다. 신형 확성기의 가청 범위는 최대 15km로 개성공단까지 포함될 수 있다.
문제는 4·27 판문점 선언과 2020년 개정된 남북관계발전법 등에 의해 법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판문점 선언 2조 1항에는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 중지 및 수단 철폐'가 담겨 있고, 남북관계발전법 24조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이날 ICBM 발사를 포함해 최근 수차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등 남북 합의가 이미 사실상 파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파기를 공식 인정하는 경우 법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단을 잃을 수 있고, 나아가 북한의 군사 도발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남북 합의 효력 정지'라는 우회로가 거론된다. '남북관계에 중대 변화가 발생하거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기간을 정해 남북 합의서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남북관계기본법 규정을 이용하자는 게 요지다.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을 하면서도, 파기 대신 효력 정지로 기존의 남북 합의를 존속시켜 지렛대로 활용할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인 셈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은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한 뒤 우리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틀자 곧바로 남북 고위급 협상에 나섰고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며 "접경 지역의 북한군 수십만 명이 대북 확성기에서 나오는 대한민국의 방송으로 군의 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곧바로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4·27 판문점 선언으로 못하게 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 2조 1항에 대해 일부 효력 정지를 선언하면 민주당이 강행처리한 대북 전단 금지법도 효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대북 확성기 재개 역시 문제없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비에 기존 남북 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 및 전단 살포 금지법의 효력도 상실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북한은 ICBM 발사에 이어 더욱 강도 높은 도발 수단인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민주당이 강행 처리했던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위헌'이라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에 따르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헌법재판소에 대북전단 살포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민간 차원에서의 대북 전단 살포 등은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 합의 위반 등을 도발의 구실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 장관은 "대북 전단 금지 조항 자체는 반대하지만 지금 남북관계가 굉장히 민감하다"며 "(북한이) 대북 전단을 (도발) 구실로 삼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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