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난장판 도어스테핑은 필요없다

오병상 2022. 11. 1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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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1.10/뉴스1

1. 도어스테핑이 마침내 난장판이 됐습니다.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MBC기자가 항의성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통령실 비서관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험한 말이 오갔습니다. 볼썽사나운 장면이 현장카메라에 찍혀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MBC의 정파성 보도, 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강압적 대응..이를 각각 지지하며 갈라져온 여론이 더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2. 좋게 시작된 도어스테핑이 정쟁의 최전선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사태가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습니다. 대통령실은 18일 ‘(MBC가) 뭐가 악의적이냐’는 MBC 출입기자의 도발성 질문에 답하는 10개항의 설명문을 냈습니다. 그러자 MBC는 당장 ‘언론탄압’이라 반발하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3. 도어스테핑은 처음부터 아슬아슬했습니다.
대통령이 취재진과 즉문즉답한다는 건 이상론입니다. 대통령이 곤란한 질문엔 눙치고 피해가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낮췄지만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확신이든 분노든 감정이 차오르면 그대로 드러납니다. 정치인출신이 아닌 윤석열은 다변이지만 정무감각이 떨어집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주워담기 힘듭니다.

4. 소통보다 부작용이 큰 도어스테핑이라면 중단하는 것이 낫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MBC의 갈등이 감정적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MBC를 출입기자단에서 배제하는 등 더 강경한 조치는 더 큰 갈등을 불러올 겁니다. MBC 기자를 전용기에서 배제시킨 조치에 대해서도 찬성보다 반대여론이 높습니다.

5. MBC 정파성 치료엔 근원처방이 필요합니다.
MBC 정파성은 60년간 쌓여온 군부정치의 적폐입니다. 박정희 장군은 5ㆍ16 직후인 1962년 민영 문화방송을 강제로 헌납받았습니다. 소유권자는 ‘5ㆍ16 장학회’지만 사실상 박정희 방송입니다. 전두환 장군은 5ㆍ18 직후인 1980년 문화방송 소유권을 KBS로 넘깁니다. 땡전뉴스입니다. 노태우 장군은 대선승리 직후인 1988년 방송개혁한다며 문화방송 소유권을 ‘방송문화진흥회’로 넘깁니다. 진흥회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정부 소유 그대로입니다.

6. 결론적으로 MBC는 60년간 정치권력에 좌우돼왔습니다.
현재 MBC와 방송문화진흥회는 문재인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임기(3년)가 끝날 때(2023년 7월)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입장에선‘알박기’지만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이기에 강제로 몰아내기 힘듭니다.

7. MBC 정파성의 뿌리인 ‘정부소유’구조를 없애야 근원처방이 됩니다.
현재 방송문화진흥회 지분 70%와 정수장학회(5ㆍ16 장학회) 지분 30%를 모두 민간에 매각하면 됩니다. 노태우는 방송개혁을 외치고서도 MBC라는 전리품을 놓지않으려 꼼수를 썼습니다. 이후 모든 정권이 같은 욕심에서 MBC 민영화를 외면해왔습니다.

8. 윤석열 역시 방송개혁과 민영화를 공약했습니다.
뉴스전문채널 YTN의 공기업 보유지분 31%를 매각한다는 정부방침도 이런 맥락입니다. 그런데 MBC의 경우 권성동 의원이 민영화를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추진되진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윤석열의 MBC 때리기가 정치적 길들이기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11.18.

https://www.joongang.co.kr/find/columnist/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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