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다 물 홀짝홀짝, 이유 있었네...내 간 지키는 '송년회 수칙' [건강한 가족]

정심교 2022. 11. 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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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잦은 연말, 간 건강 지키려면

기나긴 거리두기를 지나 맞이한 올 연말, 그간 미뤄 온 송년회와 단체 회식 등 크고 작은 식사 모임에 참석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이런 모임에선 평소보다 술을 더 마시고, 기름지며 자극적인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다. 이럴 때일수록 지켜야 할 부위가 ‘간(肝)’이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는 “과음과 고지방·고탄수화물의 과식은 간을 혹사하는데, 이 같은 습관이 장기화하면 가장 많이 유발하는 질환이 지방간”이라며 “지방간을 방치하면 일부는 지방간염·간경변증 등으로 진행할 수 있어 지방간의 예방·관리 수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름진 음식에 과음은 간에 지방 쌓아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많이 끼어 있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정상 간세포엔 지방이 있지만, 지방이 간 무게의 5%를 넘을 정도로 많아지면 지방간에 해당한다. 간세포에 가득 쌓인 지방은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해 간에서 염증을 일으킨다. 또 이 지방은 간세포를 팽창해 미세혈관과 림프샘을 압박하고, 결국 간 속 혈액과 림프액의 순환 장애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산소·영양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간의 기능이 떨어진다.

지방간 가운데 ‘알코올성 지방간’은 다량의 알코올이 간에서 지방 합성을 촉진하면서 발생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발생한 염증 유도 물질로 인해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단계별 진행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권오상 교수는 “특히 알코올성 간염 환자의 약 40%에서 나타나는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간경변증보다 단기 예후가 불량하다”고 말했다. 심한 알코올성 간염이나 알코올성 간경변증 환자는 복수가 차거나 비장이 커지며 상체에 붉은 반점이 생길 수 있다. 체내 호르몬 변화로 남성에서 유방이 부풀어 오르는 여성형 유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방간의 80%가량은 술과 상관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기름진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운동량이 부족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잘못된 식습관, 특히 탄수화물을 포함한 칼로리 과잉 섭취가 지방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3분의 1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진행하며, 일부는 간경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경변증은 간세포가 파괴되고 정상 조직이 줄어 간 기능을 잃는 만성질환으로, 간암의 주요 원인이다.

연이은 모임에서 음주를 피할 수 없다면 저위험 음주법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한국건강증진재단이 발표한 ‘저위험 음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우선 술자리는 주 1회까지만 갖는다. 하루 음주량은 남자는 소주 5잔, 맥주 250mL 4잔, 와인(285mL 용량의 와인잔 내 125mL 기준) 3잔까지만, 여자는 소주 2.5잔, 맥주 2잔, 와인 1잔까지만 마시는 게 이상적이다. 음주 전, 음주 도중 틈틈이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면 탈수를 막을 뿐 아니라 일시적인 포만감을 느껴 음주량을 줄이는 팁이다. 또 술을 한번 마시면 간이 회복해야 하므로 2~3일은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 술 마신 다음 날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기 위해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건 금물이다. 운동 역시 신체에 주는 스트레스이므로 간의 해독·대사 기능을 더 악화할 수 있어서다. 최대 운동 능력의 40% 강도에서 시작해 강도를 천천히 올려야 한다.


모임 전 간식 먹고 저위험 음주법을


배고픈 상태에서 자극적인 메뉴가 즐비한 식사 모임에 참석하면 과식하기 쉽다. 참석 전 간식으로 배를 약간 채우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도 과식했다면 평소보다 운동량을 늘려 칼로리 소모량을 늘리고 간에 지방이 과다하게 쌓이지 않게 해야 한다. 전대원 교수는 “이미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식사 모임에서 평소 식사량의 4분의 1을 적게 먹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과식·야식을 피하고 저지방·저탄수화물·저과당 식이를 우선해야 한다. 예컨대 오징어튀김보다는 삶은 오징어를 안주로 삼고, 당분이 들어간 콜라보다는 물·녹차를 마시는 식이다. 또 3~6개월에 걸쳐 몸무게의 10%를 뺀다는 목표로 하루 30분 이상씩 주 2회 이상 유산소 운동을 실천한다. 단, 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된 사람은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일 때 금주하면 간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음주를 계속하면 20~30%는 알코올성 간염으로, 1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 이 단계에선 술을 끊더라도 병의 진행을 막기 힘들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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