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맘'에게 "낮에 집에서 뭐 했어?" 묻는 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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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서 기자]
신랑은 매일 저녁을 먹으며 저에게 묻습니다.
"낮에 집에서 뭐 했어?"
낮에 가족들이 무엇을 했을지에 대한 호기심과 아내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말았다
장장 7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맞벌이 동맹을 맺어 육아와 집안일뿐 아니라 가정경제의 공동 책임자가 되어 서로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했었습니다. "오늘 뭐했어?"라는 호기심을 가질 시간도 없었고 여력도 없는 삶이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7세가 되는 해에 이사와 육아휴직을 거쳐 퇴직이라는 로드맵을 그렸습니다. 가정경제 공동책임자 자리를 내려와 육아 책임자 자리로 자리를 옮기겠다는 저의 계획에 외벌이라는 신랑은 경제 최전방에 서기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장기적으로는 아이의 초등 입학을 기점으로 우리 가족에게 집에서 아이를 전적으로 돌볼 누군가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에 의기투합해 결정을 내려 2021년 육아휴직을 지나 2022년 퇴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하고 나니 신랑만 월급을 벌어오는 것이 위축됐습니다.
운동 외에는 학원에 보내지 않고 직접 아이를 엄마표로 공부를 가르치고 매끼 저녁을 외식이나 음식 포장이 아닌 손수 음식을 만들며 건강을 챙겼습니다. 덕분에 알뜰하게 집안 경영을 할 수 있었으며 가족 관계도 좋아지고 아이도 밝아졌습니다.
또한 경제 공부를 하며 투자를 통해 수입을 발생시키기도 하고 작은 독서모임 운영으로 용돈 벌이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독서 모임 운영이 힘들어 그만두고는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 벌이를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기백만원의 월급을 받아오지 못하는 제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게 됐습니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요. 나의 경제적인 부분을 온전히 신랑에게 의탁하고 있다는 생각이 스스로 움츠려 들게 만들었습니다.
집안일, 육아를 전적으로 맡아서 하는 전업맘들의 노동의 가치를 얼마로 계산할 것이냐는 오랜 사회적 논쟁과 판단은 제쳐 두고 실제 돈이 통장에 찍히지 않으니 괜한 죄책감마저 생겼었습니다. 마치 나의 지금의 편안한 생활이 신랑을 지렛대처럼 사용해 누리는 평안같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전업맘, 육아맘의 생활이 좋았으며 회사 다닐 때는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랑이 온전히 궁금해 묻는 "오늘 낮에 뭐 했어?"라는 물음에 마음 속으로 백만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는 동안 너는 낮에 편하게 집에서 뭐했어?'라고 묻는 것인가, '오늘도 편안하게 놀았냐'라고 돌려 말하는 것인가, 라는 꼬여있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결국 신랑의 "오늘 뭐 했어?"라는 물음에 시큰둥하게 대답하곤 했습니다.
▲ 뭐하고 있나요? 낮에 아내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한 신랑의 연락 |
ⓒ 장은서 |
또한 신랑과 많은 대화를 통해 신랑이 저의 육아 방식이나 알뜰하게 가정 경제를 운영해주는 것을 굉장히 높이 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직장 다니며 괴로워한 것만큼 신랑의 직장 생활이 괴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오늘 낮에 뭐 했어?"라는 질문이 오늘 나의 아내가 무엇을 했는지 애정을 가진 물음이기도 하고 그 질문 뒤에 자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하기 위한 포문을 여는 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래서 저는 담백하게 오늘 무엇을 했는지 아이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합니다. 때로는 카톡으로 아이와 일상을 찍어 보내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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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브런치에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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