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원리금만 400만원"...고금리에 중산층 '영끌족'도 비명

조현숙 2022. 11.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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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42)씨는 2020년 12월 서울에 있는 집 한 채를 ‘영끌’로 샀다.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했는데 이후 모자란 돈은 맞벌이인 부부가 차례로 1억원씩 총 2억원 신용대출을 받아 메웠다. 집을 마련했다는 안도감은 잠시였다. 이후 이자가 빠르게 올라서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때만 해도 연 2%대 후반이었던 금리는 이제 6%가 넘는다.

김씨는 “변동금리 대출에 5년 상환 조건이어서 최근 월 원리금 상환액이 400만원이나 된다. 맞벌이라 빨리 갚으려고 상환 기간을 짧게 잡았는데 무리한 것 같아 후회된다”며 “최근 이사하면서 도저히 여력이 안 돼 친구한테 급하게 300만원을 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치솟는 금리에 가계 허리가 휘고 있다. 중산층이 매달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불과 1년 새 27% 늘었다.


이자 상승, 2019년 통계 개편 이후 최고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득 3분위 가구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올해 3분기(7~9월) 8만844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 늘었다. 2019년 통계 개편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 가구의 평균 이자 부담 증가율(19.9%)을 크게 웃돌았다.

3분위는 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5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계층으로, 중산층에 해당한다. 이들 가구의 이자 비용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8.8%, 올 1분기 18.4%, 2분기 20.4% 등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3분기 기준 이자 비용은 아직 월 8만원대 수준인데, 빚이 전혀 없는 가구까지 모두 합쳐 평균을 낸 수치라서다. 대출이 있는 중산층 가계가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 의미다.

이자 비용 증감은 소득 수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이자 비용은 지난해와 견줘 1.6% 오히려 감소했다.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이자 비용도 0.7% 상승에 그쳤다. 소득이 낮으면 대출도 그만큼 적게 나오다 보니 이자 부담도 덜했다. 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대출ㆍ이자 감면, 상환ㆍ만기 연장 등 제도를 시행한 영향도 있다.

상위 20%로 소득이 제일 높은 5분위 가구의 이자 비용은 월 20만6498원으로 가장 많긴 했지만, 증가율은 19.5%로 평균보다 낮았다. 소득에 비례해 대출과 이자가 많긴 해도 여유 자금 덕분에 부담이 덜하단 뜻이다.


오르는 금리에 경제허리 중산층 ‘휘청’


이자 비용 증가율로 따지면 소득 상위 20~40% 구간에 있는 4분위가 29.4%로 전체 가구 중 가장 높았다. 3ㆍ4분위의 이자 비용이 특히 많이 늘어난 건 이들 계층에 주택담보대출 등이 집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문제는 고금리 역풍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금리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 물가 상승 흐름이 여전해 내년 초까지는 한국을 포함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급증하는 이자 부담으로 경제 허리인 중산층 가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고금리 피해 지원 대책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다 보니 3ㆍ4분위 중상 소득 계층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더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부채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3ㆍ4분위의 경우 기존 소득과 자산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면 버텨내겠지만 대신 각종 생활비 등 소비를 크게 줄일 것”이라며 “내년 경기를 예상보다 한층 더 둔화시킬 요인”이라고 짚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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