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원리금만 400만원"...고금리에 중산층 '영끌족'도 비명
직장인 김모(42)씨는 2020년 12월 서울에 있는 집 한 채를 ‘영끌’로 샀다.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했는데 이후 모자란 돈은 맞벌이인 부부가 차례로 1억원씩 총 2억원 신용대출을 받아 메웠다. 집을 마련했다는 안도감은 잠시였다. 이후 이자가 빠르게 올라서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때만 해도 연 2%대 후반이었던 금리는 이제 6%가 넘는다.
김씨는 “변동금리 대출에 5년 상환 조건이어서 최근 월 원리금 상환액이 400만원이나 된다. 맞벌이라 빨리 갚으려고 상환 기간을 짧게 잡았는데 무리한 것 같아 후회된다”며 “최근 이사하면서 도저히 여력이 안 돼 친구한테 급하게 300만원을 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치솟는 금리에 가계 허리가 휘고 있다. 중산층이 매달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불과 1년 새 27% 늘었다.
이자 상승, 2019년 통계 개편 이후 최고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득 3분위 가구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올해 3분기(7~9월) 8만844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 늘었다. 2019년 통계 개편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 가구의 평균 이자 부담 증가율(19.9%)을 크게 웃돌았다.
3분위는 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5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계층으로, 중산층에 해당한다. 이들 가구의 이자 비용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8.8%, 올 1분기 18.4%, 2분기 20.4% 등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3분기 기준 이자 비용은 아직 월 8만원대 수준인데, 빚이 전혀 없는 가구까지 모두 합쳐 평균을 낸 수치라서다. 대출이 있는 중산층 가계가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 의미다.
이자 비용 증감은 소득 수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이자 비용은 지난해와 견줘 1.6% 오히려 감소했다.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이자 비용도 0.7% 상승에 그쳤다. 소득이 낮으면 대출도 그만큼 적게 나오다 보니 이자 부담도 덜했다. 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대출ㆍ이자 감면, 상환ㆍ만기 연장 등 제도를 시행한 영향도 있다.
상위 20%로 소득이 제일 높은 5분위 가구의 이자 비용은 월 20만6498원으로 가장 많긴 했지만, 증가율은 19.5%로 평균보다 낮았다. 소득에 비례해 대출과 이자가 많긴 해도 여유 자금 덕분에 부담이 덜하단 뜻이다.
오르는 금리에 경제허리 중산층 ‘휘청’
이자 비용 증가율로 따지면 소득 상위 20~40% 구간에 있는 4분위가 29.4%로 전체 가구 중 가장 높았다. 3ㆍ4분위의 이자 비용이 특히 많이 늘어난 건 이들 계층에 주택담보대출 등이 집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고금리 피해 지원 대책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다 보니 3ㆍ4분위 중상 소득 계층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더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부채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3ㆍ4분위의 경우 기존 소득과 자산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면 버텨내겠지만 대신 각종 생활비 등 소비를 크게 줄일 것”이라며 “내년 경기를 예상보다 한층 더 둔화시킬 요인”이라고 짚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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