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배당주?…채권ㆍ예금 금리 상승에 인기 '시들'
'찬바람 불면 배당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말이면 배당주가 주목받는다. 하지만 올해는 투자자의 관심이 예년 같지 않다. 금리가 오르면서 예금·채권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이익도 쪼그라들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진 탓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코스피 고배당50 지수는 1.9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8.65%)과 코스피200(8.01%) 상승률을 크게 밑돌았다. 코스피 고배당50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중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의 비율)이 높은 상위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삼성전자·현대차·KB금융·신한지주·SK텔레콤·KT 등이 편입돼 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연 5% 넘어서
배당주의 인기를 시들하게 만든 건 예금과 채권이다. 18일 기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1년) 금리가 연 5%를 넘어섰고, 저축은행의 평균 금리도 5.51%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5466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13조3190억원 증가했다.
채권도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은 2조4428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6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3년 국고채 연평균 수익률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코스피 배당수익률을 웃돌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4일 기준 올해 코스피 예상 배당수익률은 2.14%인데 비해 국고채 금리의 연평균 수익률은 3.124% 수준으로 1%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여기에 기업 실적 둔화도 배당주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배당금의 재원이 되는 순이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12월 결산 상장기업 601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올해 1~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12.4% 감소했다. 배당으로 나눠줄 이익이 줄어드니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방어주 관점 접근”…금융지주·은행업 유리
하지만 증권가에선 ‘방어주’ 관점에서 배당주를 매수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배당주는 전체적인 지수가 하락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연말이나 내년에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배당주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금융지주·은행을 추천 업종으로 제시하면서 “이익과 배당 성향이 증가하면서 주당배당금(DPS)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지수 하락으로 은행주의 배당수익률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배당수익률(추정치) 상위 종목에는 우리금융지주(9.06%), JB금융지주(9.02%), DGB금융지주(8.95%), BNK금융지주(8.84%), 기업은행(7.82%) 등 금융지주·은행 업종이 주를 이뤘다.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있는 지금이 주식을 저가에 매수할 기회란 분석도 나온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배당주는 배당락일 직전 한 달 동안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며 “낙폭 과대주 중심으로 수급이 쏠려있는 상태여서 지금이 배당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배당수익률·배당성향·배당연속성이 높으면서도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KT&G·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메리츠화재·제일기획·현대해상·LX인터내셔널 등을 추천했다.
김경진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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