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북 ICBM 성공했나

양낙규 2022. 11. 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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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고도 등 감안할 땐 2단 분리 후 정상비행 추정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개발 여부는 아직 미지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ICBM 개발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했다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정도의 전력을 보유하게 되지만 전문가들은 미지수라고 평가한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10시 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ICBM은 최고고도 6100㎞, 비행거리 1000㎞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일단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3일 발사했으나 2단 분리 후 정상 비행에 실패한 화성-17형을 재발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고 속도는 음속의 22배인 마하 22로 탐지되어 ICBM 기본 제원은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고각 발사 방식으로 쏘아 올려 6100㎞를 상승했는데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1만5000㎞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사거리다.

이날 ICBM은 최고고도가 6100㎞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단 분리 후 정상 비행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화성-17형이 최종 성공했는지에 대해서 군과 정보 당국은 "분석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일까지 화성-17형을 여러 차례 발사했지만 대체로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다. 바로 대기권 재진입체(RV:Re-entry Vehicle) 기술 때문이다.

미사일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섭씨 6000~7000도의 엄청난 고열에도 탄두가 폭발하지 않도록 하는 재진입체 기술(탄두 보호 기술 포함)을 확보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재진입체 기술은 페어링 제작기술을 일컫는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소수 핵무기 보유국가에서만 확보한 기술이다.

페어링은 외피 재질은 탄소섬유를 기본으로 한다. 숯을 고강도로 압축시킨 재료로 강도는 다이아몬드와 비슷하다. 이런 재료와 기술이 안정적으로 적용된 탄두는 원뿔형이다. 원뿔형 탄두는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마찰열을 줄이고 탄두가 일정한 방향으로 탄착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지도록 한다. 재진입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특수재료는 북한이 수입할 수 없는 거래금지 품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북한은 제3국을 통해 은밀히 이런 재료와 기술을 수입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고도, 속도, 비행시간 탐지 결과로 볼 때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는 만큼 미국도 미사일 방어(MD)망을 더욱 보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연방항공청(FAA)은 알래스카 일대 비행제한구역 6곳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지난 7일 고시했다. 북한 ICBM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알래스카 일대의 비행제한구역을 넓히면서 대북 미사일 감시 태세를 강화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공개한 국방전략서(NDS)와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지속해서 증대되면서 그에 따른 위협도 커지고 있다는 점을 적시했다. 특히 미국은 본토 방어 등을 위해 ICBM을 중간단계에서 요격하는 지상 기반 외기권 방어(GMD)도 강조하면서 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GMD 시스템은 알래스카 및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요격 시스템, 우주 및 지상 기반 센서, 통합 지휘통제(C2) 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공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와의 협력도 거론했다.

이에 따라 한미일 미사일 정보 공유 및 미사일 방어 훈련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자 회담을 열고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주한미군 성주 기지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확충 여론도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직 고위 관리들은 중국이 북한 도발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이 계속 도발의 길을 걸으면 역내에 미국의 군사·안보력(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군 주둔, 무기 배치·전개 등을 아우르는 개념)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을 처음 선보였다. 11축 22륜짜리 거대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실려 등장한 화성-17형은 길이가 22~24m로 추정돼, 세계에서 가장 긴 ‘괴물 ICBM‘이란 별명을 얻었다. 화성-17형은 핵탄두 2~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 탑재 형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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