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사 교과서는 근현대사에 미친 기독교의 역할을 공정하게 서술해야 한다

박명수,서울신대,명예교수 2022. 11. 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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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기독교인들은 오랫동안 한국사 교과서에 기독교가 공정하게 설명되기를 원했다.

많은 사람은 한국 근대사에 기독교가 미친 영향을 인정해 왔고 교회는 한국사 교과서가 당연하게 그렇게 쓰여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사회의 중요종교 가운데 하나인 기독교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새로 등장한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도 전근대사에 있어서는 불교와 유교의 역할을 설명하도록 했는데 근현대사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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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
우남 네트워크 공동대표

이 땅의 기독교인들은 오랫동안 한국사 교과서에 기독교가 공정하게 설명되기를 원했다. 많은 사람은 한국 근대사에 기독교가 미친 영향을 인정해 왔고 교회는 한국사 교과서가 당연하게 그렇게 쓰여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2002년 출판된 금성출판사 고등학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내용은 한국기독교에 큰 충격을 주었다. 여기에 의하면 기독교는 전통적 가치관과 달라 ‘민중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지나치게 복음주의를 강조하여 제국주의 열강과 일제 침략을 옹호하기도 하였다’고 서술됐다. 하지만 사실 기독교는 여성들을 포함한 보통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았으며 서구 문명을 받아들여 일본 침략을 막아 보려고 노력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기독교를 악의적으로 왜곡했다. 필자는 한국교회와 협력해 이런 주장을 수정했다.

여기에 충격을 받은 필자는 당시 국사편찬위원회가 편찬한 한국사 교과서를 검토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견됐다. 그것은 전근대사에 있어 불교와 유교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설명하면서 개항 이후 등장한 기독교는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이유로 한 두 줄로 처리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사회의 중요종교 가운데 하나인 기독교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한국교회는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을 개정해 한국기독교가 교과서에 제대로 설명되게 하려고 큰 노력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2016년 한국사 국정교과서 파동 때문에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묻혀 버리고 말았다.

올해 정부는 다시금 한국사교육과정을 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새로 등장한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도 전근대사에 있어서는 불교와 유교의 역할을 설명하도록 했는데 근현대사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에 한국사 교과서가 바로 쓰이기를 원하는 많은 기독교인은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부에 개정을 요청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과정 개선에 대한 청원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독교의 역할을 바로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지난 9일 정부는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서 새로운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는 한국 기독교인들의 건의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근대시기에 있어서 불교와 유교를 종교적인 내용이 아닌 문화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보충 설명됐다. 다시 말하면 전근대시기 불교와 유교를 다루지만 그것은 종교적인 차원이 아니므로 근현대시기 기독교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한국 기독교는 한 번도 기독교 종교 자체를 설명할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서양 선교사들을 통해서 학교를 세워 자유와 평등과 같은 근대민주주의 가치를 전하고, 병원을 세워 전통적인 미신을 극복하고 근대과학을 도입하였으며, 교회를 세워 양반과 상놈의 반상질서와 남존여비의 봉건질서를 타파했다는 것을 서술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 기독교가 요구한 것은 기독교를 통해서 어떻게 근대문명이 한반도에 전달되었는가를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여러 종교가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가 한국의 주요 종교에 대해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설명할 때 이런 평화는 지속할 수 있다. 기독교는 천주교를 포함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믿고 있는 종교다. 이런 기독교를 아직도 외래 종교라고 생각하고 한국사에서 제외하려 한다면 이것은 한국사회에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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