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위기인 건 맞지만 2008년보단 낫다

정재형 2022. 11. 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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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경제전문가(경제·경영학과 교수 204명)를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및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현재 한국 경제상황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라는 설문에 응답자의 6.9%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그때보다 더 어렵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8.7%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답했고 27.1%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정도’라고 답했다. ‘한국 경제가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라는 응답자는 47.3%였다.

52.7%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했고, 47.3%는 그 정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고 답했다. 반반 정도인데 대부분 언론은 제목을 우리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뽑았다. 그래도 객관적인 곳은 경제전문가 절반이 그렇게 본다는 걸 제목에 넣었다. 그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이 47.3%나 된다는 걸 제목으로 뽑은 곳은 없었다.

언론들은 대부분 자극적인 내용을 제목으로 뽑아야 기사가 잘 읽힌다고 생각한다. '위기다', '큰일 났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 복합위기', '금융위기', '외환위기 트라우마' 등 제목이 자주 보인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상황이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도 따라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높은 금리에 가계와 기업은 고통을 느낄 것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화 위험도 있다. 수익성을 쫓아 높은 리스크에도 투자한 증권사나 캐피털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내년에도 수출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채권시장에서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갑작스럽게 자금 경색 상황이 오기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트라우마 때문에 자본 유출, 외환 위기, 금융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에 노력해야 하지만 너무 과잉반응인 것 같다.

꼭 그렇게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1%대 중반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너스는 아니다. 내년 경상수지도 300억달러 정도 흑자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가들의 국내 순채권투자는 지난해 738억달러였고 올해 1~9월 284억달러였다. 우리나라는 국가부도 위험이 거의 없는데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명목금리 차이만 볼 게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금융자산에 투자한 것에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자산에 투자한 것을 뺀 수치인 순대외금융자산은 올해 2분기말 기준 7441억달러다. 2007년 3분기말에는 마이너스(-) 2160달러였다. 올해 10월말 외환보유액은 4140억달러다. 2007년 12월말에는 2622억달러였다.

금융시스템의 중추인 은행들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 3대 지표인 유동성, 건전성, 수익성으로 볼 때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대규모 기업 부실로 인해 은행도 부실해지면서 3대 지표가 모두 최악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건전성과 수익성은 괜찮았지만 유동성이 문제였다. 지금은 3대 지표가 모두 좋은 상황이다.

2008년에서 몇년 지나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로 고생하기도 했다. 대부분 은행들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10% 수준이었고, 일부 은행은 30%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교훈으로 최근에는 은행들이 우량 사업장의 PF 대출만 취급했고, 은행들의 PF 대출 부실 우려도 낮은 상황이다.

은행들이 튼튼하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 상황에서 은행들이 시장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취약계층 지원에도 힘을 쓰고 있다. 몇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여러가지 제도와 시스템을 확충했고, 시장 개입 의지도 확실하다.

결론적으로 지금 상황이 2008년보다 유사하거나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52.7%이지만, 그 정도로 어렵지는 않다고 보는 사람이 47.3%다.

정재형 경제금융 매니징에디터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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