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극단주의로 기울어지는 윤석열정부

남도영 2022. 11. 1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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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논설위원


협치나 타협 같은 단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언론이나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서 ‘야당과의 협치’ ‘국정 운영을 위한 타협’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빈도가 줄었다. 대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주문이 협치와 통합이었다. 이제 그런 말이 들리지 않는다. 협치 주문이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게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협상의 파트너가 아니다. ‘척결’과 ‘배제’의 대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잠재적 피의자로 보는 것 같다. 피의자와 대화할 수는 없다. 여권은 민주당을 대통령과 정부를 쓰러뜨리려는 세력쯤으로 본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 세력이고, 반헌법 세력”이라며 “이들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진심이었을 것이다. 민주당 전체를 종북 주사파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일부는 그렇다고 보는 게 아닐까.

물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민주당도 윤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0.73%포인트 차이를 말했고,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대통령 부인을 집요하게 공격했고, 여러 가짜뉴스를 양산했다. 민주당 주변 세력은 정부 출범 직후부터 대통령 퇴진을 말했다. 여기에 동조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늘어났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은 정권퇴진 운동 전문 정당”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대선 불복’이다. 민주당이 대통령을 쓰러뜨리겠다고 나서니 여권이 민주당을 배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윤 대통령이 민주당을 배제하니 민주당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인지는 선후를 따져봐야 할 문제다. 어쨌든 각자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가 아닌 척결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순간 극단주의가 시작된다. 민주주의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인정이고 다름에 대한 인정이다. 상대방을 부정할 수 없으니 대화와 토론을 통해 조금씩 양보하며 타협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극단주의에 빠지게 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두 개다. 하나는 야당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다. 윤석열정부에 북한은 대화 상대가 아니다.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다. 당연히 협상과 타협은 없다. 압도적인 힘을 통한 제압이라는 목표만 남았다. 반공주의는 한국 극우세력의 오래된 레퍼토리다. 윤 정부의 대북관은 군사정권 시절의 반공주의라기보다는 문재인정부의 낭만적 대북관의 반작용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반공주의 부활은 걱정스럽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극단주의든 중도주의든 나라를 잘 운영하면 문제가 없다. 윤석열정부의 극단주의는 나라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타협과 협치를 말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모든 문제가 저놈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은 민주당 때문이고, 나라가 혼란스러운 것도 민주당 때문이며, 경제가 어려운 것은 문재인정부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북한이 핵 도발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방관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민주당을 배제하는 게 현실에서 가능할 리 없다. 국민이 그런 상황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꾸 남 탓을 하면 사람과 세력이 떨어져 나간다. 윤석열정부가 걸어온 6개월이 그랬다. 소수당인 국민의힘은 계속 쪼그라들었다. 뺄셈의 정치였다. 이준석을 몰아냈고, 유승민을 배제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주호영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주 원내대표는 합리적 보수 성향의 중진이다. 합리적 보수주의자조차 배제하면 누가 남는가. 민주당에 대한 투쟁파들, 대북 강경론자들, 좌파 척결파들이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임명은 이해하지 못할 인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승리했다. 진영을 갈라 싸우는 정치를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약속과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윤석열 호는 자꾸 오른쪽으로 치닫고 있다. 정상적인 보수와 자유민주주의 노선에서 이탈하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잠깐 멈춰 서서 노선을 점검해야 한다. 인사와 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남도영 논설위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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