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월드컵 드라마

임성수,문화체육부 2022. 11. 1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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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분위기'가 안 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국가 대표 선수와 취재진은 이미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에 도착했다.

첫 월드컵 출전인 마빌은 호주 대표팀의 유일한 흑인 선수다.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출전하려는 손흥민, 앞선 두 번의 월드컵에서 부상으로 낙마했다 '2전 3기' 끝에 대표팀에 승선한 김진수, 조국 포르투갈과 같은 H조에서 맞서 싸워야 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모두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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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문화체육부 차장


‘월드컵 분위기’가 안 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국가 대표 선수와 취재진은 이미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에 도착했다. 월드컵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방송은 월드컵 프로그램들로 분위기를 띄워보지만, 이상하게도 예전만큼 흥이 나지 않는 것 같다. ‘국민 축제’였던 2002년 한·일 월드컵 20주년을 맞아 그때의 열기를 가져오려는 노력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때와 지금, 열정의 온도 차만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아마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비극적인 참사는 여전히 온 국민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참사 자체도 가슴이 아프지만 참사 이후를 대하는 정치권의 모습도 절망적이다. ‘오, 필승 코리아’라고 한목소리로 노래하고 응원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2002년부터 시작된 월드컵 길거리 응원은 아예 취소됐다.

국가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기대치도 낮다. 해외 전문가들이 한국의 16강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다는 뉴스는 계속 전해진다. 스포츠 통계 전문업체 옵타가 지난 13일 발표한 월드컵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8.2% 정도였다. 월드컵이 ‘남의 잔치’로 끝날 수도 있다.

그래도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꼭 열광적인 축제는 아니더라도, 한국 팀이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월드컵은 드라마다. 선수 개개인과 축구의 인연, 4년간 월드컵을 준비한 땀과 눈물의 이야기 같은 ‘인간 승리’의 스토리가 가득하다.

브라질 국가 대표 안토니 마테우스 두스 산투스는 지난 15일 스포츠선수 기고 매체인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지옥에서 온 소년(The Boy From Hell)’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마약과 살인으로 얼룩진 지옥 같은 브라질 상파울루 빈민가에서 축구가 어떻게 자신을 구원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안토니는 “지옥에서 태어났지만, 천국으로부터 온 선물이 있었다… 공이 나의 구원이었다”고 썼다. 안토니는 지난 8월 9500만 유로(약 1307억원)의 이적료를 받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안토니는 생애 첫 월드컵에 나선다. 축구공이 삶을 구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덴마크 국가 대표 크리스티안 에릭슨은 축구로 죽을 뻔했지만 축구로 다시 돌아왔다. 에릭슨은 지난해 6월 유로 2020 조별리그에서 핀란드와 1차전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쓰러지는 장면이 그대로 생중계되면서 축구계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에릭슨은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그는 심장 제세동기 삽입 수술을 받았고, 지난 3월 감동의 복귀 골을 터트렸다. 에릭슨은 두 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케냐 난민촌 출신인 아워 마빌은 호주 국가 대표로 출전한다. 유엔이 운영하는 난민 캠프에서 공을 찼던 마빌은 호주로 이주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축구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마빌은 호주가 지난 6월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페루를 승부차기로 꺾고 월드컵 진출을 확정할 당시 마지막 키커였다. “승부차기 골은 나와 내 가족이 호주에 바치는 감사의 인사”라고 했다. 첫 월드컵 출전인 마빌은 호주 대표팀의 유일한 흑인 선수다.

한국 대표팀에도 이들 못지않은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있다.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출전하려는 손흥민, 앞선 두 번의 월드컵에서 부상으로 낙마했다 ‘2전 3기’ 끝에 대표팀에 승선한 김진수, 조국 포르투갈과 같은 H조에서 맞서 싸워야 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모두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4년을 준비해온 월드컵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임성수 문화체육부 차장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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