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성군 만들기

2022. 11. 1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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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슈룹'에 빠져 있다.

요즘 한창 진행되는 내용은 공석인 세자 자리를 채울 왕자를 뽑느라 중전과 후궁들 사이 긴장감이 무척 높다.

정실 왕비 소생들의 경쟁력이 영 떨어져서 후궁들의 아들에게도 기회가 왔다는, 완벽하게 허구인 사극풍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대치동 뺨치는 교육을 시켜가며 아들의 세자 책봉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보려는 중전과 후궁들의 발 빠른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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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슈룹’에 빠져 있다. 요즘 한창 진행되는 내용은 공석인 세자 자리를 채울 왕자를 뽑느라 중전과 후궁들 사이 긴장감이 무척 높다. 정실 왕비 소생들의 경쟁력이 영 떨어져서 후궁들의 아들에게도 기회가 왔다는, 완벽하게 허구인 사극풍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대치동 뺨치는 교육을 시켜가며 아들의 세자 책봉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보려는 중전과 후궁들의 발 빠른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드라마는 허구이지만 정말로 자신은 중전에 오르지 못했어도 아들은 왕이 된 경우가 조선시대에 몇 차례 있었다. 왕비가 낳은 아들이 없거나 일찍 죽어 후궁의 아들이 보위에 오른 경우였다. 그 유명한 희빈 장씨는 아들이 왕(경종)이 됐지만 본인은 왕비에 잠깐 올랐다 강봉됐다. 영조 어머니인 최씨도 중전이 아닌 숙빈이었다. 아들이 추존왕이 된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사도세자(장조로 추존)의 어머니인 영빈 이씨다. 마찬가지로 왕비가 되지 못했다.

이렇게 왕이 된 아들을 둔 후궁들을 기리는 곳이 청와대 서쪽 담 너머에 붙어 있는 칠궁(七宮)이다. 위에서 언급한 빈들을 비롯해 총 일곱 명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담만 넘으면 청와대라 보안상 예전엔 둘러보는 것에 제약이 많았는데 요새는 이 주변이 개방돼 여유롭게 가볼 수 있다. 이곳을 처음 만든 영조의 마음을 짐작하건대 고요하고 귀하게 모친을 기리려고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나 싶을 정도로 차분한 정취가 가득한 공간이다.

많은 사극은 칠궁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결론처럼 “내 자식이 왕이 됐소이다!”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애써 키운 자녀나 후배, 학생, 기업, 서비스, 기술, 작품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성군(聖君)’이 되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한철 장사로 한몫하려 키워진 인재와 아이템이 넘치는 요즈음이다. 온 에너지를 다해 고이 기르는 만큼 하나의 세상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멀리 보고 올바르게 만드는 것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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