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굴 후 매각…이익률 50% 훌쩍 [영업이익 강소기업]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2. 11. 17. 22: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 강소기업] (54) 블루포인트

액셀러레이터?

우리말로 ‘창업 기획자’ 정도 된다. 스타트업(초기 창업회사)에 투자하고 육성하는 회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런 회사 중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 있다. 블루포인트다.

사실 액셀러레이터 상장이 쉽지는 않다. 특히 액셀러레이터가 상장한 전례가 없다 보니 심사 과정도 꽤 시간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견실한 영업이익률이다. 2019년 블루포인트는 매출액 137억원, 영업이익 72억원, 2020년 매출 186억원, 영업이익 72억원, 지난해는 매출액 385억원, 영업이익 24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회사 관계자는 “액셀러레이터는 회계상 투자 자산(투자한 스타트업의 지분) 가치의 증가 혹은 감소분이 회사 이익과 손실로 반영된다.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창업, 엑시트 경험을 바탕으로 블루포인트를 설립했다. (블루포인트 제공)
▶블루포인트 어떤 회사?

▷카이스트 출신 이용관 대표가 설립

블루포인트는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용관 대표가 2014년 7월 설립했다. 이용관 대표는 블루포인트 창업 이전인 2000년 반도체 장비업체 ‘플라즈마트’를 설립·운영하다 2012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MKS에 300억원에 매각한 벤처 기업가였다. 이후 후배 창업가들이 M&A, 사업 운영 등 조언을 구하는 문의가 끊이지 않자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모아 블루포인트를 창업했다.

이용관 대표는 “기술력 기반 창업, 일명 테크 기반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거쳐야 했던 시행착오를 스타트업 편에서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사명은 ‘블루오션의 시작점(A starting point to the blue ocean)’이라는 뜻으로, 창업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여정의 시작부터 함께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고 소개했다.

블루포인트는 단순히 투자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는 회사를 지향한다.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네트워킹, 채용에 대한 도움, 마케팅·홍보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블루포인트는 상시 투자 인력 외에도 예비 창업 육성, 오픈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투자팀을 두고 있다.

더불어 반도체, 바이오, 소재 등 기술 스타트업의 기술 상용화와 시장 안착을 돕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 이렇게 투자한 스타트업이 올해 8월 기준 총 255곳에 달한다. 투자한 회사의 총 기업가치는 약 4조458억원, 최근 3년간 투자한 기업의 90%가 생존할 정도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블루포인트
▶영업이익률 왜 높나

▷직접 투자하고 빠른 자금 회수가 강점

액셀러레이터가 영업이익을 올리려면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만 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적기에 엑시트(자금 회수)를 해야 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블루포인트는 바이오·헬스케어, 로봇, 데이터 등 기술 기반 기업 투자에 강점을 보여왔다. 그런데 이 시장의 특징은 100억원 미만 M&A 등 ‘스몰딜’이 잦다는 것. 그만큼 투자 후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는 의미다.

실제 블루포인트는 스페클립스(셀리턴), 시리우스(트루윈), 폴라리언트(쏘카) 등의 투자금을 스몰딜로 회수한 바 있다.

이용관 대표는 “블루포인트가 투자한 255개 스타트업은 디지털(24%), 산업 기술(20%), 데이터·인공지능(18%), 헬스케어(16%), 바이오·메디컬(10%), 클린테크(8%) 분야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IPO나 큰 규모의 M&A가 아니더라도 기술이나 사업부에 대한 M&A 등 100억원 미만의 ‘스몰딜’이 잦은 분야다 보니 높은 이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도를 만들려면 그만큼 투자한 회사가 잘 살아남아야 한다. 블루포인트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5년 내 생존율이 업계 평균인 20%대를 훨씬 웃도는 91%에 달한다. 그만큼 벤처 육성에도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엑시트 기회가 많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더불어 블루포인트는 여타 VC나 사모펀드처럼 외부 자금을 모아 펀드 형태로 투자하는 방식 외에도 본계정 투자, 즉 회사가 직접 투자해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본계정 투자의 이점은 남의 돈을 불려주는 펀드 운용과 달리 자기자본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때 쓰는 전략이 ‘마일스톤 엑시트(Milestone Exit)’다. 블루포인트는 초기 투자 이후 스타트업 가치가 적정 시점에 도달하면 일부를 회수하는 방식을 쓴다. 예를 들면 10억원 가치일 때 1억원을 투자한 스타트업이 있다고 하자. 이후 이 회사를 50억원 가치로 키웠다. 그러면 다른 투자 회사가 관심을 가지며 투자하겠다고 올 때 이미 투자 원금의 5배가 된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다른 초기 유망 스타트업에 재투자하면서 영업이익을 계속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약점은 없나

▷스타트업 혹한기가 변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혹한기인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

국내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금액이 올 들어 처음으로 5000억원 이하로 감소했다. 9월 스타트업 투자 유치금은 38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69억원(39%) 줄었다. 전달인 8월과 비교해도 4812억원(56%)이나 급감했다.

급속도로 얼어붙은 투자 시장은 블루포인트에도 좋지만은 않다. 블루포인트의 회수는 시리즈B·C단계에 도달한 투자 포트폴리오의 구주 매각을 통해 이뤄지는데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구주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더불어 블루포인트가 지나치게 ‘딥테크(Deep tech·고도기술)’ 분야에서만 강점을 보인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도 변수다. 해당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은 좋지만 자칫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등 다양한 성장 분야 스타트업 발굴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샐러드 배달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프레시코드’, 한 달 살기 숙박 앱 ‘리브애니웨어’, 키덜트를 위한 캐릭터 상품 쇼핑몰 ‘틴고랜드’ 등도 블루포인트의 투자를 받았다. 블루포인트는 기술 창업만이 아닌 모든 창업가의 혁신을 위한 시작점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관련 전문인력 수급 역시 과제 중 하나다. 이미 블루포인트에는 의사, 약사, 회계사, 석박사 출신이 포진해 있기는 하다. 다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창업 경험을 한 이들,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등에서는 아쉽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상장에 성공하면 투자한 스타트업에 당장 투입 가능한 C레벨 인력풀을 보유, 운영하면서 HR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어야 좋은 스타트업 발굴, 육성에 용이한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4호 (2022.11.16~2022.11.22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