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IFRS…보험사 진짜 실력 판가름[Deloitte 금융 인사이트]

2022. 11. 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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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도입 원년 2023

모든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경영 관리에서 가장 크게 걱정하는 사항은 무엇일까?

기업 실적과 재무 상태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다. 더욱이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한다면 경영 관리는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보고된 실적과 재무 상태의 신뢰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경영 관리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CFO는 재무 상태와 실적을 내부 이사회에 보고하고 투자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와 감독당국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근거로 세금을 납부하고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한다. 예상에서 벗어난 실적,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 신뢰성이 결여된 재무 보고는 이런 모든 경영 관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2023년부터 국내 보험사들은 새로운 보험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을 적용해야 한다. 보험부채에 포함된 모든 위험을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사진은 한화생명. (매경DB)
▶2023년부터 IFRS 도입되면

▷보험부채에 포함된 위험 반영

2023년부터 한국 보험사들은 이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바로 새로운 보험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IFRS17은 보험부채에 포함된 모든 위험을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기준이다. 보험사가 부담하는 위험은 매우 다양하다. 금리, 환율, 주가 등의 시장 위험, 투자자에 대한 신용위험, 사망, 사고 등과 관련한 보험위험 등이다. 위험 예측은 고스란히 재무제표에 표시된다. 매년 손익계산서는 이런 위험 예측이 정확했는지에 따라 손익의 변동성이 결정된다. 보험수익은 예측된 금액으로, 보험비용은 실제 금액으로 각각 회계 처리되기 때문에, 예측과 실제의 차이는 손익의 변동성을 야기한다.

금리가 10bp(1bp=0.01%포인트)만 변동해도 보험사 자본의 평균 5%에 달하는 변동성이 발생한다. 정교한 계산으로 가정하지 않더라도, 손익계산서에 천억원대 손익 변동성이 발생한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계약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보험계약부채와 투자한 자산 간에 수익률 차이가 발생해도 수백에서 수천억원대의 손익과 자본 변동성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모두 CFO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CFO가 금리와 다양한 가정의 변화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CFO가 통제를 못하는 경우 예상 또는 목표에서 크게 벗어난 실적과 재무 상황이 발생한다.

▶IFRS17은 어렵기로 정평

▷CFO는 정확하게 이해·적용해야

다음으로 고민할 사항은 새롭게 적용되는 IFRS17 기준에 의한 실적과 재무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해 이사회, 투자자, 감사인, 감독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지다. IFRS17은 모든 국제회계기준 중에서도 어렵고 이해하기 까다로운 기준서로 정평이 나 있다. 동 기준서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완성하는 데 20년 넘게 걸렸다. 통상의 다른 회계기준서 완성 기간이 5~6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3배 이상 시간이 소요된 난해한 기준서다. 미래를 예측한 부채와 당기 손익계산서의 실적 간의 관계, 자산과 부채의 완벽한 매칭, 관리회계 수준으로 재무회계를 세분화해서 분석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익의 원천과 변동성의 원인을 추적할 수 없다. 보험사들이 IFRS17 적용 시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다.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큰 부담이다. IFRS17은 미래를 예측하고 그 결과가 손익에 반영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추정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추정(계리적 가정)의 정확성과 신뢰성은 재무제표의 대외 공신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회계법인과 감독당국도 이런 사실을 알고 감사나 검사 시에 추정에 대한 신뢰성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다. 추정 영역이 재무제표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관리 영역이 될 것이므로, 관련된 내부 통제 구조도 강화할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 가중된다. 앞서 설명한 사항들이 IFRS17을 적용하는 데 수반되는 비용들이다. 회계원칙을 작성하고 적용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항이 있다. 바로 ‘도입으로 인한 효익이 관련된 비용보다 커야 한다’는 점이다. IASB와 한국의 금융당국은 IFRS17 도입의 효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IFRS17의 효익은 전 세계가 통일한 보험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투명한 회계 처리로 일반 정보이용자가 보험사 이익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보험사의 모든 위험이 재무제표에 반영돼 건전한 경영을 유도한다는 것 등이 꼽힌다.

이런 효익은 대부분 재무제표를 이용하는 당사자에 관한 것이다. 반면 IFRS17 비용은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이 부담한다. IFRS17의 가장 큰 비용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보험사의 경영 관리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IFRS17의 효익을 꼽으라면 ‘옥석이 가려진다’는 점이다.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지는 게임의 룰이 작용한다. 따라서 보험 산업 전체적으로는 산업 체질이 강해지고 재무 구조가 견고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효익을 얻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경영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CFO는 경영 예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어렵기만 한 IFRS17 재무 수치를 이해하고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IFRS17 도입과 관련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IFRS17 재무제표에 대한 정합성을 조기에 확보하고 조속하게 외부와의 의사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IFRS17에 의한 재무제표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2022년부터 대외 공시가 시행될 예정이다. 공시 내용에 대한 신뢰성은 필수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보험사들은 아직 IFRS17 재무제표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성을 확인한 바가 없다. 일부 보험사에서 자체적인 훈련을 통해 결산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IFRS17 결산 결과를 감독당국과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시하고, 주주들과 소통하며 심지어는 적정한 감사 의견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인지까지 확인한 상태는 아니다. 즉, IFRS17 결산시스템 전반에 대한 합리성과 동 시스템에서 산출된 결산 결과에 대한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

CFO를 비롯한 경영진은 새로운 제도에서 산출된 실적과 재무 상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신병오 한국 딜로이트그룹 보험산업 리더, 금융산업통합서비스그룹 파트너]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4호 (2022.11.16~2022.1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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