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배속… 건너뛰기… 감상 아닌 소비 대상이 된 영화

임세정 2022. 11. 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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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없이 흘러가는 10초 간의 장면에는 '10초 간의 침묵'이라는 연출 의도가 있다. 침묵에서 비롯된 어색함, 긴장감, 생각에 잠긴 배우의 표정은 모두 만든 이가 의도한 연출이다. 그렇기에 그 장면은 9초도 11초도 아닌, 10초여야만 한다."

A라는 사람이 영화 '헤어질 결심'을 1.5배속으로 보거나 중간중간 건너뛰면서 봤다고 가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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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현대지성, 232쪽, 1만5500원


“대사 없이 흘러가는 10초 간의 장면에는 ‘10초 간의 침묵’이라는 연출 의도가 있다. 침묵에서 비롯된 어색함, 긴장감, 생각에 잠긴 배우의 표정은 모두 만든 이가 의도한 연출이다. 그렇기에 그 장면은 9초도 11초도 아닌, 10초여야만 한다.”

칼럼니스트 이나다 도요시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 이렇게 말한다. A라는 사람이 영화 ‘헤어질 결심’을 1.5배속으로 보거나 중간중간 건너뛰면서 봤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과연 영화를 봤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거 영화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콘텐츠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TV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영화는 감상이 아닌 소비의 대상이 됐다. 더 저렴한 요금으로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시청자가 하나의 작품에 할애하는 시간은 줄었다.

저자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먼저 ‘봐야할 콘텐츠가 너무 많아진 시대’를 이야기했다.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개인적인 취향과 맞지 않더라도, 재미가 없더라도 사람들과의 대화에 끼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누군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도 봤다’고 얘기할 수 있으려면 되도록 적은 시간을 들여 많은 콘텐츠를 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앞으로 영상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저자는 플로라 버디와 기아나 에커트라는 두 영국 연구자들이 제창한 개념 ‘리퀴드 소비’를 소개했다. 소비 행태를 특정한 형태를 갖추지 않고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는 액체(리퀴드)에 비유한 것이다. 리퀴드 소비의 특징은 주기가 짧고 소유가 아닌 대여 혹은 공유의 형태를 띄며,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한의 가치를 얻는 것이다.

저자는 요코하마 국립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영화배급사 가가 커뮤니케이션(현 가가)에 입사했다. 키네마 순보사 DVD 잡지의 편집장, 출판 편집자를 거쳐 2013년부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세일러문 세대의 사회론’ ‘우리의 이혼’ 등이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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