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부품도 못구해"…푸틴 때린지 9개월만에 효과 나타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약 9개월 만에 공식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서방의 제재에 따른 경제 전반 타격과 러시아 내 혼란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란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연방통계청은 올 3분기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올 2분기에도 GDP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GDP가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면 해당국이 ‘기술적 의미의 경기침체’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다.
연방통계청은 제조업 등 산업 생산의 감소와 도·소매업의 급격한 부진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러시아 기업들은 제재 영향으로 부품 수입로 등이 막히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 부품에 대한 접근이 대거 차단돼 지난 3~8월 자동차와 항공기의 생산이 90%가량 떨어졌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 옴부즈맨 보리스 티토프는 최근 몇 달간 러시아 기업 5800곳 중 3분의 1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개전 이후 러시아에선 10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도 사업을 축소하거나 전면 철수하면서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내수 시장 혼란과 노동력 부족도 문제다.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30만 명 부분 동원령을 선포하면서 전선으로 향한 인원 외에도 수십만 명이 국외로 빠져나간 상황이다. 동원령으로 일손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피해를 본 기업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다만 석유,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경제 부양 정책 등으로 3분기 GDP 성장률(-4%)은 지난 7월 러시아 중앙은행의 전망치(-7%)보다는 양호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경제가 받는 타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러시아 경제학자 알렉산더 이사코프는 “제조업에서 제재의 영향은 계속 커질 것이며, 경제 지탱을 위해 무분별하게 지급했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조금 등은 고갈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경제에 있어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전문가들은 내년 초까지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우리의 상황을 매우 냉정하게 그리고 눈을 뜨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의 경제 외에도 군사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담당 차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제재 여파로 러시아 탱크 제조업체들은 볼 베어링 등 주요 부품을 구하지 못해 한동안 생산을 멈춰야 했다”고 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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