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시청각 장애인들도 '우영우'를 즐길 권리

임혜선 2022. 11. 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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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밝아지며 눈을 감은 10대 소년 영현의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영현은 눈을 뜨고 잘 안 들리는지 오른쪽 귀를 내밉니다. 10대 소녀 서혜가 미소 짓습니다."

보고서는 "주요 OTT 중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넷플릭스고, 국내 OTT는 배리어프리 서비스 제공이나 장애인 접근성이 미흡한 편"이라며 "소외계층의 미디어 접근성을 늘리고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는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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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화면이 밝아지며 눈을 감은 10대 소년 영현의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영현은 눈을 뜨고 잘 안 들리는지 오른쪽 귀를 내밉니다. 10대 소녀 서혜가 미소 짓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우연히 영화 ‘소리 찾기’의 배리어프리 버전을 봤다. 기존 영화에 화면을 설명해주는 음성 해설과 화자 및 대사·음악·소리 정보까지 알려줬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물리적·제도적·심리적 장벽으로부터 자유롭고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운동을 일컫는다. 배리어프리 콘텐츠는 시각장애인용 음성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용 한글 자막 등이 삽입된 것으로, 화자의 대사부터 음악이나 효과음 등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활자로 구현하는 폐쇄형 자막이 대표 사례다.

미국은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 법을 통해 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에 대사는 물론 음향 정보와 화자까지 자막화하는 폐쇄형 자막을 의무화한다. 영국도 TV와 OTT 콘텐츠에 자막 80% 의무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본사로 둔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모든 콘텐츠 내 모든 소리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폐쇄형 자막을 제공한다. 오리지널로 제작하는 작품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 음성해설(AD), 텍스트 음성변환 기술(TTS) 등도 지원한다.

한국은 어떤가. 티빙·웨이브 등 국내 OTT는 시장 성장세와 비교해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 2012년 1085억원이었던 OTT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그동안 국내 OTT는 폐쇄형 자막이 아닌 한글 자막만 일부 도입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폐쇄형 자막을 도입하는 분위기다. 티빙은 자막이 적용된 콘텐츠가 에피소드 기준으로 약 1500편이다. 왓챠는 현재 240여 편의 한글 자막 콘텐츠를 지원한다. 웨이브는 청각 장애인을 지원하는 자막 서비스 34개를 제공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보고서는 "주요 OTT 중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넷플릭스고, 국내 OTT는 배리어프리 서비스 제공이나 장애인 접근성이 미흡한 편"이라며 "소외계층의 미디어 접근성을 늘리고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는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OTT들도 변명거리는 있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OTT들로서는 수익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국내 OTT 전체 콘텐츠에 자막을 제작하려면 수백억원이 투자돼야 한다. 저작권 문제도 있다. 입점 콘텐츠의 경우에는 일정 계약기간을 정해두고 제공되기 때문에 자막을 만들어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오리지널 시리즈 위주로 자막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리어프리 콘텐츠 편성이 늘어나면, 이용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2012년 TV 방송에 대해 ‘장애인 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를 제정했지만, 아직 OTT에 대한 규제는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OTT에 폐쇄 자막·화면해설·수어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국내 OTT 사업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국내외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처음으로 ‘국제 OTT 포럼’도 열었다. 소외계층을 위해, OTT의 세계화를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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