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창업자도 반했다…한옥, 전면사업으로 내세운 이유
지난 11일 기자와 줌으로 만난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창업자. 영상이 연결되자마자 그가 건넨 이야기는 예상 밖이었다. 바로 지난달 벌어진 이태원 사고에 대한 위로. ”참담한 사고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는 그는 “한국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기에 그 소식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2008년 친구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손님들에게 본인의 방을 내주며 숙박사업을 시작했다. 그 숙박사업은 커지고 커져 현재의 에어비앤비가 됐다. 에어비앤비는 전세계 220개국, 600만개가 넘는 숙소를 가진 글로벌 숙박공유 플랫폼이다. 네이선은 현재 에어비앤비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창업을 함께했던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사령탑에 올라 있다. 사내 모든 의사결정은 그의 손을 거쳐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인플레이션과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에도 올해 3분기 30% 성장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놨다. 매출은 1년 전보다 29% 늘어난 28억8000만달러, 순이익은 무려 전년대비 45% 증가한 12억달러를 기록했다. 브랜드 파이낸스가 매년 발표하는 ‘탑 100 글로벌 브랜드’에도 2022년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행업계 중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유일하다. 이런 에어비앤비가 17일 2023년 겨울 시스템 업그레이드 개편안을 내놓는다.
이번 업데이트서 가장 주목할 점은 한옥 숙박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 에어비앤비에 접속해도, 한옥 숙박과 한국 문화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전통가옥 중에서 에어비앤비 카테고리에 정식으로 입성한 건 한옥이 세계 처음이다. 한옥을 2023년 대규모 업그레이드 전면에 내세운 건 네이선 CSO의 선택이었다. 실제 인터뷰하는 모습 뒤로 비춰 보이는 그의 집에 걸린 대형 액자에는 한옥 사진이 걸려있을 정도였다.
그는 한옥과 첫눈에 반했다고 했다. “한옥에서의 첫날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 날 한국 전통가옥에게 첫 눈에 반했다”고 덧붙였다. “키가 큰 내가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히고 씻어야 하고, 히터가 아니라 바닥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등 외국인이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하루만에 모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집에서 살아본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이 충분했다”며 “한옥이 외국인에게 매력이 크다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며 알게 됐다”고 했다. 그 경험 때문에 그는 계속 한옥을 찾았고, 에어비앤비의 시즌 업그레이드에도 주저없이 한옥 숙박을 도입했다.
에어비앤비에게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일까. 네이선 CSO에 묻자 그는 “한국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시장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에어비앤비 전세계 이용자 중 지난 3분기 한국 예약자가 전년대비 590%나 늘어났다”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이용자 수,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곳이며 꼭 잡아야 하는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2015년 그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를 찾아 에어비앤비 사업에 대해 발표할 때만 해도, 그는 “중국 시장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10년도 지나지 않아 에어비앤비는 중국 정부의 규제와 코로나 방역체계를 이기지 못하고 2022년 중국 사업 철회를 선택했다.
네이선은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은 문화”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한국은 문화 강국이라고 재차 강조하기까지 했다. 그는 “우리가 도입한 한옥 등 전통 문화도 너무 대단하지만, BTS 등 대중문화까지 다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보면 문화 전성기 시절의 영국이 떠오른다는 신기한 답변을 했다. “한국에 오면 전통 귀족문화와 비틀즈가 섞였던 문화 전성기 시절 영국이 저절로 떠오른다”며 “그만큼 세계인을 사로잡을 문화를 두루 갖췄다는 건 미국인인 나로서도 너무 부러운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네이선 CSO는 이렇게 한국이 가진 문화 강점이 에어비앤비의 강점과 상통한다고 했다.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경쟁력은 ‘유연함’과 ‘경험 여행’이다”라고 말한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더이상 관광객들은 먹고 자는 여행을 하지 않는다”며 “직접 멀리 떠나 일하는 글로벌 노마드족이 많아지면서, 살아보는 여행이 트렌드가 됐다”고 했다. 그의 도전으로 에어비앤비는 지난 여름 ‘유연한 여행’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유연한 여행’의 예약 검색량은 2022년 한달 평균 20억 건 이상이었다. 여행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대신 ‘아무 때나, 아무 곳으로’ 떠나게끔 만드는 여행문화를 만들게 된 셈이다.
네이선은 ‘살아보는 여행’을 원하는 글로벌 노마드족들은 단순 관광이 아닌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런 경험을 충족시켜줄 최고의 국가다”라며 “전통과 현대 문화가 모두 성공한 몇 안되는 곳”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업그레이드에 한옥을 도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네이선 CSO는 “기업 입장에서도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고, 고객에게도 경험의 만족을 줄 최적의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에어비앤비는 한국 정부단체와도 손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관광재단과 손잡고 한옥 숙박체험을 시도하기도 했다. 네이선은 “한국 정부도 우리의 한옥 숙박 도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특히 에어비앤비의 특별한 경험 숙박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된 이후로 더욱 적극적인 협력에 나섰다”고 말했다. 관광지가 아닌 살아보는 여행객의 소비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23년에도 에어비앤비는 한옥숙박 등을 통해 서울관광재단, 한국관광공사 등과 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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