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기형적 자치경찰 뜯어고치자

남혁상 2022. 11. 1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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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그 책임도 지게 하는 제도다.

지방분권이 잘 정착된 국가들은 대부분 완전한 자치경찰제를 택하고 있다.

국가경찰제를 수십년 이어오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자치경찰제를 도입했다.

문재인정부는 자치경찰제 도입 과정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원화 모델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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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혁상 사회2부장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그 책임도 지게 하는 제도다. 지방분권이 잘 정착된 국가들은 대부분 완전한 자치경찰제를 택하고 있다. 이 제도가 가장 세분화하고 발달한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도시에는 도시경찰, 카운티에는 보안관(셰리프)이 있다. 예컨대 뉴욕경찰(NYPD)은 뉴욕시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찰 조직이다. 주에는 트루퍼 등으로 불리는 주경찰이 따로 있고, 연방수사기관도 별도로 존재한다. 각 시와 카운티 등은 자체 경찰을 직접 운용한다. 그 핵심은 조직별 독립적인 운용이다.

국가경찰제를 수십년 이어오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자치경찰제를 도입했다. 지방분권 이념에 따라 지자체에 경찰권을 부여해 방범 순찰, 교통 관리, 행사 경비 등 지역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실현한다는 명분에서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치경찰제는 기형적이다. 하는 일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뉘었는데 정작 신분은 모두 국가경찰이다. 업무만 분리했을 뿐 조직을 분리하지 않은 일원화 모델인 탓이다.

서울 경찰을 지휘 통솔하는 주체는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다. 서울시 자치경찰위는 서울경찰청과 31개 경찰서의 자치경찰 4000여명을 지휘하도록 돼 있다. 임용권도 갖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승진·전보·휴직 등 인사 업무는 서울경찰청이 맡는다. 생활 안전은 자치경찰의 업무다.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전국 2000여 지구대와 파출소 관리는 국가경찰 몫이다. 실제 현장에 출동하는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은 국가경찰인 112상황실 소속이다. 자치경찰위가 긴급 상황에서 실제로 지휘할 현장 인력은 없는 셈이다. 이들의 인사권 역시 국가경찰인 경찰청장이 갖고 있다.

각 시·도 자치경찰위는 시·도의 경찰청이 보내주는 인사 문서를 보고 서명을 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을 비롯한 단체장은 재난 관리 책임을 지지만, 재난 관리를 현장에서 지원할 경찰의 인사권은 없고 결재만 해주는 식이다. 자치경찰을 비롯한 모든 경찰관의 인사 정보는 경찰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얼마 전 국회에 출석해 “자치경찰 인사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인사할 때가 되면 딱 한 장짜리 결재 문서가 나에게 온다. 경찰청에서 결정된 것을 사인해 달라고 보내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제도가 뒤섞여 있으니 제대로 된 업무 협조나, 보고 체계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뒤죽박죽 자치경찰제는 불행히도 이태원 참사에서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사후 대응도 미흡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장은 참사 발생 1시간15분이 지나서야 첫 보고를 받았다. 그것도 경찰이 아닌 서울시 안전총괄과로부터였다. 서울경찰청과 긴급 상황 보고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문재인정부는 자치경찰제 도입 과정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원화 모델을 검토했다. 하지만 조직 신설에 따른 비용 부담, 업무 혼선 우려 등을 들어 현재 방식의 자치경찰제를 채택했다.

그런데 현재의 자치경찰제는 도입 당시부터 여러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가 귀담아듣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각 시·도 자치경찰위에 인사권과 독자적 예산 편성권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인력과 조직의 효율적 배치, 체계적 서비스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자치경찰제 이원화 모델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제도 개선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이다.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고쳐야 한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른다. 모든 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남혁상 사회2부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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