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담(手談)] 바둑여제 최정, 역사를 바꿨다

류정민 2022. 11. 16. 11:2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계 메이저 바둑대회 결승전 역사상 첫 남녀 성 대결.

대회가 열린 서울 성동구 마장로 210, 한국기원은 세계 바둑사에 기억될 역사의 현장이 됐다.

그동안 세계 메이저 바둑대회 결승전은 남성들의 잔치였다.

여성 기사에게 패해 세계 메이저 바둑대회 결승전에 오르지 못한 첫 번째 남성 기사.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철녀' 루이나이웨이도 경험 못한 세계 메이저 결승
최정, 삼성화재배 결승 사상 첫 남녀 성 대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세계 메이저 바둑대회 결승전 역사상 첫 남녀 성 대결. ‘절대 1강’ 신진서 9단. 그를 상대한 ‘바둑 여제’ 최정 9단. 지난 8일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전. 흑돌과 백돌의 착수, 이를 통해 변화하는 반상의 그림은 그 자체로 역사였다.

최고의 밴드라는 비틀스와 동시대를 살아간 이들이 느낀 감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우리는 바둑 역사에서 누구도 보지 못했던 장면을 동시대에 지켜보는 영광을 누렸다. 대회가 열린 서울 성동구 마장로 210, 한국기원은 세계 바둑사에 기억될 역사의 현장이 됐다.

그동안 세계 메이저 바둑대회 결승전은 남성들의 잔치였다. 철녀(鐵女)로 불렸던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도 결승전은 오르지 못했다. 30년 전인 1992년 제2회 응씨배에서 루이나이웨이가 4강에 오른 장면은 최근까지도 여자 바둑 역사에서 전설로 기억될 정도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루이나이웨이는 바둑 역사상 최강의 여기사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를 상대했던 남성 기사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방심은커녕 혼신을 다해 대국에 임해도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많은 남성 기사를 떨게 했던 전설의 그녀. 루이나이웨이도 넘지 못한 벽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높은 것일까.

카리스마 넘치는 루이나이웨이와는 다르게 순둥이 느낌이 강한 최정이 그 벽을 넘었다. 랭킹으로만 여자바둑 세계 1위가 아니라 실질적인 세계 최강임을 각인시킨 대사건이다. 최정의 결승 진출 과정은 숱한 화제를 낳았다.

4강전에서 맞붙은 변상일 9단은 패색이 짙어지자 머리를 쥐어뜯고, 자기 뺨을 때리고, 급기야 눈물까지 쏟았다. 자책이 과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여성 기사에게 패해 세계 메이저 바둑대회 결승전에 오르지 못한 첫 번째 남성 기사. 변상일은 불명예의 주인공이 돼 버렸다.

결승전은 싱거웠다. 신진서의 일방적인 우세로 마무리됐다. 신진서는 삼성화재배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최정에게 집중됐다. 바둑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유를 알고 있다. 최정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해냈는지를….

최정은 될성부른 나무였다. 그는 1996년 10월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다. 바둑과 인연을 맺은 시기는 7살 때다. 바둑을 좋아하는 아빠의 영향을 받았다. 최정은 금세 아빠를 넘어섰다. 만 13세의 나이에 프로기사가 됐다.

최정의 스승은 한국 바둑 르네상스를 이끌던 유창혁 9단이다. 최정의 바둑 스타일도 유창혁을 닮았다. 서울에 정착한 최정은 바둑 명문 충암중학교를 나왔다. ‘신산’ 이창호 9단이 바로 충암중 출신이다. 하지만 수업과 시합의 병행은 쉽지 않았다.

최정이 고교를 자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바둑 기사의 삶은 외롭고, 괴롭다. 바둑기사는 수많은 패배를 감당해야 하는 가혹한 직업이다.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길이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르는 패배의 기억. 그런 인고의 시간이 오늘날의 최정을 만들었다.

2018년 최정은 여성 최연소(21세 3개월), 최단 기간(입단 후 7년 8개월) 9단 승단 기록을 세웠다. 이번에는 여성 최초로 세계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랐다. 대한민국 여성의 위대함을 세계인에게 알린 인물. 그는 이제 만 26세에 불과하다. 최정의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류정민 문화스포츠부장 jmryu@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