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어음 금리 고공행진…정부 대책 ‘약발’ 언제쯤 나타날까

김경진 2022. 11. 1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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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레고랜드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달 ‘50조원+α’ 규모의 긴급 대책을 내놓은 지 3주가 지났지만 자금 조달 시장엔 여전히 냉기가 감돌고 있다. 국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는 진정세로 들어섰지만 위기의 진원지 역할을 한 기업 어음(CP) 금리가 5%를 웃도는 등 여전히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달 21일 4.495%에서 이날 3.850%까지 떨어졌다. 회사채(AA-, 3년물) 금리 역시 5.736%에서 5.420으로 하락했다. 반면 CP금리(A1, 91일물)는 4.25%에서 5.18%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금 시장의 경색의 ‘트리거(방아쇠)’ 가 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조달 금리가 껑충 뛰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9월 초 3.08%였던 A1 등급(3개월물)의 조달 금리는 10월 말 4.63%로 급등했다. A2 등급은 5%, A3 등급은 7% 후반, PF ABCP의 경우 10%를 넘어섰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조달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건 그만큼 기업들이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PF ABCP는 10월 3조 원어치 순상환을 기록했다. 신규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환 발행이 안 된 탓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은행 대출을 받거나, 자기자금으로 빚을 갚아야 한다.


연내 21조원 넘는 PF ABCP 만기 도래


연말 PF ABCP 만기가 일제히 돌아온다는 점도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2년 10월 말 기준 증권사와 건설사가 보증한 PF ABCP 잔액은 각각 20조원, 13조 6000억원이다. 이 중 21조 8000억 원어치의 만기가 연내에 돌아온다. 특히 증권사가 보증한 PF ABCP의 73.5%는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 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단기 자금에 대한 조달 수요는 늘어났지만 이를 받아줄 투자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통화긴축 상황 등으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 채권시장 위축이 단기간에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은행채의 대규모 만기도래, 안심전환대출 주택저당증권(MBS)과 한전채 대규모 발행이 이어지며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2.8조원 규모 '핀셋' 대책에 기대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지난주 나온 정부 대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금융당국은 11일 건설사 보증물의 경우 A2 등급을, 증권사 보증물의 경우 A2- 등급 이상을 우선 매입하는데 각각 1조원과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의 정부 대책이 A1 이상의 PF ABCP를 매입함으로써 A2 등급 이하에 자금을 돌게 하는 효과를 노렸다면 11일 발표한 추가 대책은 A2 등급 이하의 숨통을 직접 틔워주는 ‘핀셋’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위축된 투자 심리를 극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업의 흑자도산이란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PF-ABCPㆍCP시장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CP가 회사채보다 늦게 돈줄이 마르는 대신 가장 늦게 회복되는 특성이 있다”며 “정부의 대책 발표로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는 만큼 CP 시장에도 서서히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반적인 자금 경색 상황이 다소 풀리더라도 개별 업체별로 신용 위기가 돌출될 위험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공문주 연구원은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건설사는 물론 증권사의 충당금 부담도 커진다"며 “부동산 경기 둔화가 이어지며 각 증권사와 건설사의 위험 관리 능력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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