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천원짜리 변호사’, 겁 없이 도전했죠” [쿠키인터뷰]
지난해, 현장에서 이름으로 불리는 게 소원이라던 조·단역 배우가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후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가던 그는 다시금 기회를 잡아 안방극장에 존재감을 아로새겼다. 기대작이던 MBC ‘검은 태양’의 주연으로 발탁된 뒤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를 거쳐 최근 SBS ‘천원짜리 변호사’를 마친 배우 김지은의 이야기다.
여러 장르에 도전하던 그에게 ‘천원짜리 변호사’는 도전 이상의 기억으로 남았다. 지난 8일 서울 신사동 HB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김지은은 “‘천원짜리 변호사’에 고마운 기억이 많다”고 돌아봤다. 김지은은 극 중 천지훈(남궁민) 변호사 사무실의 시보 백마리 역을 맡았다. 백마리는 사법연수원을 수석 졸업한 인재다. 검사 시보로 일하며 천지훈과 악연을 맺지만, 그와 변호사 사수 관계로 재회한다. 새침하던 백마리는 천지훈에게 동화돼 정의감을 불태우며 활약한다. 김지은 역시 백마리에게 시나브로 스며들었다.
“마리는 스스로를 사랑해요. 자신을 잘 표현할 줄 알죠. 그런 마리에게 ‘천변’(천지훈 변호사)은 얄밉고, 사무장(박진우)의 행동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들과 얽히기만 하면 상황은 늘 엉뚱하게 흘러가요. 하지만 어느 순간 마리도 그들에게 녹아들어 함께하죠. 저 또한 그랬어요. 자연스럽게 마리다운 표정과 말투가 나왔거든요. ‘뭐야?’, ‘뭐지?’하다 보면 어느새 마리로서 촬영장에 있었어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천원짜리 변호사’로 코믹 연기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반응이 좋았다는 기자의 말에 김지은은 손사래를 치며 모든 공을 남궁민에게 돌렸다. “지훈과 사무장님, 마리 셋이 모이면 재밌는 장면이 절로 나왔어요. 상황을 이해하면 웃음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걸 배웠어요.” 몰입의 기저엔 대본이 있다. “대본에 나온 대로만 했다”고 말을 잇던 그는 “덕분에 마리도 천변 못지않은 독특한 이미지가 나오더라”며 웃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과정엔 남궁민의 도움이 컸다. KBS2 ‘닥터 프리즈너’와 ‘검은 태양’에 이어 ‘천원짜리 변호사’까지, 다수 작품을 함께하며 많은 걸 배웠다.
“저도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선배님은 더하세요. 제가 대본에 갇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면, 선배님은 대본에서 뭐 하나 놓치더라도 그 외 부분에서 열 개는 더 가져오는 분이에요. 천변의 상징인 선글라스도 선배님의 아이디어였어요. 하나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사실, 선배님과 적지 않은 시기에 두 작품을 선보여 걱정이 컸어요. 시청자분들이 몰입을 잘 못하실까 우려됐거든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까 저만 잘하면 되겠더라고요. 하하.”
‘검은 태양’을 기점으로 김지은이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졌다. 조·단역을 전전하던 그에겐 꿈같은 나날이다. “많은 게 달라졌단 걸 느껴요. 마음가짐은 지금도 같지만요. 예전엔 극 흐름상 작은 역할만 했지만, 이제는 제가 주축이 돼 이야기를 이어가요. 막연하게 주인공을 꿈꿨던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해나가고 있더라고요.” 성장 궤적에는 고마운 선배들이 있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를 함께한 이준기에겐 밝은 에너지의 힘을 느꼈다. ‘검은 태양’과 ‘천원짜리 변호사’로 호흡한 남궁민을 보면서 시야가 확장됐다. 배운 만큼 자신감도 커졌다.
“‘검은 태양’을 찍을 땐 자신감이 별로 없었어요. 계속 긴장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로 용기가 생겼어요. ‘천원짜리 변호사’는 조금 더 겁 없이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걸 도전했죠. 성장할 수밖에 없던 환경이라고 할까요? 이준기, 남궁민 선배님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요. 두 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깨닫지 못한 게 많았을 거예요.”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아직도 자신에게 확신은 없다. 자신감과 용기를 얻은 만큼 부족함을 체감했다. “‘검은 태양’으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게인 마이 라이프’로 아직 갈 길이 멀단 걸 느꼈죠. ‘천원짜리 변호사’로는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생겼어요. 성장은 정말 끝이 없나 봐요.” 팔색조 같은 마리를 지나, 김지은은 더욱더 반짝이는 배우가 되길 꿈꾼다.
“얼마 전 댓글에서 이런 말을 봤어요. ‘꾸준히 지켜봤는데 점점 늘고 있네요. 보기 좋아요.’ 감사한 마음밖에 안 들더라고요. 작품들을 거치며 성장통을 겪고 느낀 게 있어요. 무엇이 부족한지 아니까 보완할 수 있었거든요. 이렇게 나아가다 보면 다음은 더 나아지겠죠? 얼마나 나아질지 호기심을 갖고 지켜봐 주세요. 저는 언제나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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