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팔당대교서 마지막 포착…3년전 떠오른 검찰 악몽

나운채 2022. 11. 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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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를 끊고 행적을 감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찾느라 나흘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린 데 이어 밀항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기관의 협조를 얻어 항구·포구의 순찰 및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검거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 11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 하남 팔당대교 인근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잠적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모습. 사진 서울남부지검 제공. 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행적은 11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 하남 팔당대교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됐고, 같은 날 오전에는 여의도 소재 한 교회에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의도 교회에서 하남 팔당대교로 향하는 동선이 김 전 회장의 잠적 전 확인된 마지막 행적인 셈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조카 A씨가 잠적 직전까지 그와 함께 있었던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2일 A씨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를 압수했고 다음 날(13일) A씨를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A씨는 이미 김 전 회장과 헤어지기 전 이미 휴대전화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및 블랙박스를 모두 교체한 상태였다. 검찰은 A씨가 김 전 회장의 도피를 적극적으로 도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친족 또는 동거가족이 범인을 은닉·도피하게 한 죄를 범할 때엔 처벌하지 않는다(형법 151조 2항)’는 규정 때문에 A씨를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A씨에게 김 전 회장의 소재에 대한 믿을만한 진술을 하도록 압박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라임자산운용(라임) 투자사기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도 지난 2019년 10월9일 출국한 뒤 3년 넘게 도주 중인 상황이어서 김 전 회장의 도주가 검찰에 주는 곤혹스러움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검찰 일각에선 “탐문(探問)부터 다시 하게 생겼다”(검찰 관계자)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실제로 김 전 회장의 가족과 지인, 밀입국 브로커 등에 대한 탐문에 나서는 한편 국가정보원에도 공조 요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사기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오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모습. 뉴스1


구속·통신 영장 모두 기각…“법원 답해야”

일대 소동이 벌어지자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선 “사실상 법원이 (도주를) 방조했다(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14일 페이스북)”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7월 20일 보석으로 풀려난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 14일과 10월 7일 90억원대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김 전 회장이 보석 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했고, 재판에도 충실히 나왔단 이유를 들었었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보석 취소를 청구(지난달 26일)지만 법원은 도주 이후인 11일 오후 2시50분에서야 ‘뒷북’ 인용했다. 또 검찰은 지난달 21일 밀항 가능성의 증거가 될 대포폰 통신영장을 청구했으나 같은날 ‘필요성·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기각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의 도주 의사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충분했음에도 법원이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지난 8일 기존 변호인단을 모두 사임케 한 뒤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결심 공판(11일)을 앞두고 벌인 일이다. 지난 10일 재판부는 김 전 회장 신청을 기각했는데, 이날은 라임 사태 핵심인물 중 한 명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20년을 확정한 날이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예정대로 (11일) 결심 공판이 이뤄지고 선고기일이 잡혔다면 김 전 회장에 대해 중형이 선고될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며 “그런데도 법원이 보석 조건 준수 등을 들며 기계적으로만 판단하다 보니 상식에 반(反)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이 라임 사태 당시 5개월간 도주 행각을 벌이다가 지난 2020년 4월24일 체포된 전례를 언급하면서 “도주 전력이 있는 피고인의 새로운 도주 의사가 드러났음에도 왜 불구속 상태를 고집했는지 법원이 답을 해야 한다”며 “검찰이 일정한 근거를 가지고 신병확보를 시도했는데도 법원이 (김 전 회장의) 도주를 예측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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