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서민 발목잡는 것"…개미여론 힘 받아 역공하는 여당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개미들 발목잡기까지 하게 생겼습니다.”(14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국민의힘이 ‘세금 여론전’에 나섰다. 정부·여당이 정기국회에서 추진하는 세제 개편안을 민주당이 “부자감세”라고 공격하자 역으로 “서민 발목잡기”라고 맞불을 놓는 작전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여당이 화력을 집중하는 주제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시행 유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각종 금융투자상품에서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그 초과분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25%)의 세금을 물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이 확정됐고,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정부가 2년 간 시행을 유예하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여야 간 쟁점으로 떠올랐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4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주식시장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금투세를 유예하고 정부안 통과에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성 의장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과세 대상 개인은 10배 가량 증가하고, 국민들의 세 부담은 약 1.5조원 증가하게 된다.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도 커지는 등 국내 증시에 매우 부정적 충격을 줄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2년 동안 경제 상황의 틀이 바뀌었는데, (민주당은) 2년 전 법을 강행하겠다며 부자감세를 외친다. ‘부자증오’가 민주당의 정강정책인가”라고 반문했다.
당내 중진 의원들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임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금투세는 장기투자 저금통을 열자마자 수익을 뺏어가는 ‘장투 금지법’”이라며 “이제 주식까지 휴지조각으로 만들려고 하나. 부자 때려잡자는 식의 어설픈 로빈후드 흉내 그만하라”고 비판했다. 5선의 조경태 의원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가 부자감세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고질적 편가르기를 시작했다”며 “금투세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는 부과하지 않고 개인투자자에게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우리 국민에게만 독박으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금투세 유예를 적극 주장하는 배경엔 금융시장 과세에 대한 민감한 민심이 깔려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주식 투자자가 1384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전체 시장에 미칠 연쇄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서도 개미 투자자들의 성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당이 방향을 제대로 잘못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지난달 12일 올라온 ‘금투세 유예’ 청원은 14일 만에 5만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정식으로 회부됐다.
2030세대가 부동산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금융상품에 많이 투자하는 점도 국민의힘이 관련 세제를 눈여겨보는 이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년층이 주로 투자하는 가상자산이나 주식 관련 세금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예민하게 챙겼던 문제”라고 전했다. 정부는 당초 2023년부터 시행하려던 가상자산 과세를 2025년으로 2년 유예하기로 이미 지난 7월 결정했다.
여론 흐름이 점점 여당에 유리하게 흐르자 당초 금투세 유예를 “상위 1%를 위한 부자감세”라고 부르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야당의 기류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마저 “총선 승리를 포기했느냐”는 질타로 가득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마저 “(금투세 시행을) 강행하는 게 맞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금투세에서 그치지 않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걸려 있는 ‘부자감세’ 프레임도 깨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약 120만명으로, 2017년 과세 인원(33만2000명)의 3.6배에 달한다. 국회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은 부자를 위한 법 개정이라고 하지만 지금 종부세를 내는 사람의 40%가 연 소득 3000만원이 안 된다고 한다”며 “종부세 과세 기준을 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경제 살리는 데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성일종 의장도 “민주당에겐 집 한 채 갖고 있는 것도 허락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종부세를 개편하지 않으면 부자가 아닌 집 한 채 가진 서민도 종부세를 내는 왜곡이 발생한다”는 여당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종부제 개편이 부자감세”라는 민주당 입장이 틀렸다는 부장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자 여당 내에선 “경제위기 상황에서 민주당이 끝까지 ‘부자감세’ 공격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대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금투세나 종부세의 경우 민주당이 마냥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개미 투자자와 서민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논의를 이어가다보면 (민주당 입장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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