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한·미·일 규합 후 '시진핑 담판'…‘中리스크’ 직면한 尹

정진우 2022. 11. 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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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북핵 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을 포함해 3국 공조의 범위와 폭을 넓히는 데 뜻을 모았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핵심 동맹국인 한·미·일 3국을 결집해 북핵 공조와 대중 견제 의지를 재확인한 데 이어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대면한다. 한·일 등 동맹국을 규합해 그 위세를 드러내고, 이후 중국과 담판을 통해 갈등 현안을 의제에 올리며 본격적인 패권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정상이 대면 회담을 개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정상은 그간 5차례에 걸쳐 공식 소통했지만, 모두 화상 회담과 전화 통화 등의 방식이었다. 특히 시 주석의 이번 G20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공식화한 이후 첫 다자외교 일정에 해당된다.


'리스크' 해소한 미·중…본격적인 경쟁 국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에 도착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난 8일 실시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켰다. 미·중 정상 모두 국내 정치적인 리더십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한 상태다. 더구나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분쟁과 홍콩 및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침해, 반도체 수출 통제와 공급망 재편 등 미·중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다룰 의제는 하나같이 첨예한 갈등 현안이다.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향후 미·중 경쟁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 신냉전 구도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역대 처음으로 포괄적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원칙을 발표한 윤석열 정부로선 다가오는 ‘중국 리스크’를 관리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은 형국이다. 3국 공동성명엔 ‘21세기 도전’에 공동 대응한다는 목표가 담겼는데,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에 맞서 3국 공조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 등의 문구는 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또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연구개발 및 인력 개발에 관한 3국 간 조율 강화” 등의 내용 역시 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이 반중(反中) 색채가 짙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참여 의지를 강조한 것 역시 사실상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에 협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 출석해 '쿼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의에 대해 “저희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는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라면 적극 참여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보다 한층 선명한 메시지로 평가된다. 다만 이 장관은 쿼드를 '퀸트(Quint·5개국 안보협의체)'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한국의) 공식적인 (쿼드) 가입보단 기능별, 분야별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美 동맹 결속, 한반도 긴장 고조시킬 것"


실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는 14일 “미국이 자국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동맹국을 결속하는데 박차를 가했지만, 그것은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킬 것”이라며 한·미·일 공조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 정상회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측은 "지켜봐 달라"고만 말할 뿐 정상회담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중앙포토]

향후 중국은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한·미·일 공조 체계를 흔드는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실제 환구시보는 한·미·일 정상회의와 관련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야심으로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과 달리 한국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어떻게 지킬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봤다. 한국은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미·중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다고 평가한 셈이다.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중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 짓지 않은 채 시간 끌기에 나서는 것 역시 외교적 수싸움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한국과 달리 미·일 양국은 중국 측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14일, 중·일 정상회담은 17일 열릴 예정이다. 반면 대통령실 측은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 “지켜봐 달라”고만 답할 뿐 구체적인 일정은 물론 성사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당초 윤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차 출국한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중국 측은 한·중 정상회담 일정 조율 과정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며 무산 기류가 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미-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 등의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 측의 기류에도 일부 변화가 감지됐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상회담이 개최될지 무산될지 그 가능성은 반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는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과의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는 것은 기존의 균형 외교 기조를 탈피해 윤석열 정부가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나 대만 해협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한 항의와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라며 “미·중 경쟁이 거세질수록 한국을 향한 중국의 압박 기조는 점차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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