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투세 벼르던 민주당...이재명 "강행이 맞나" 한마디에

윤지원 2022. 11. 14. 16: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이재명 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1월부터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14일 “투자 심리가 위축된 이 상황에서 강행하는 게 맞나”며 유예안을 꺼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여당은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안을 주장해왔지만,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는 논리로 강행을 예고했던 사안이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야당이어서 나라 살림을 꾸리는 주체가 아니지 않나”라며 “정부·여당이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마당에 우리가 굳이 강행하자고 고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금투세가 소위 ‘개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미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며 “정책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표가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대내외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가졌다. 뉴스1

이에 대다수 최고위원은 “도입을 강행했다가 자칫 여론이 안 좋아질 수 있다. 이 대표 말대로 유예를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최고위에서 이런 결론이 나자 박홍근 원내대표와 진성준 원내수석 등 원내지도부와 정책위원회 관계자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정책 재검토에 착수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장 오늘 회의에서 방향이 정해지진 않았고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양도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당초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된 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가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과세를 신중히 해야 한다”며 2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발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완강하게 도입 강행을 주장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169석 민주당이 계속 반대하면 금투세 도입 시기를 미루는 세법 개정안은 사실상 처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 정책을 이끄는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며 강행을 시사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유예안에 힘을 실으면서 민주당 내 분위기가 돌변하고 있다. 이에 당내에선 “안 그래도 사법리스크로 수세에 몰려 있는 이 대표가 여론 풍향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당원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글. 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소액 투자자를 중심으로 금투세 도입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 이 대표가 반응했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약 1400만명에 달하는 소위 ‘동학 개미(소액 투자자)’마저 등을 돌리면 차기 총선에 파장이 커질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당원들의 반응이 싸늘한 데에도 이 대표가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권리당원 온라인게시판에는 “잘하나 못하나,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건 좀 아니다. 나는 총선 투표를 포기하겠다”, “부동산 실정으로 대선을 말아먹더니, 총선을 앞두고는 금투세 도입을 강행해 아예 국민의힘을 밀어주기로 한 거냐” 등 원색적인 비난글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지난 8일 민주당 당원청원게시판엔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강력히 촉구하며 필요하면 당원 투표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청원자는 청원글에서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명분과 실리가 전혀 없는 금투세의 유예를 강력히 촉구한다. 필요하면 당원 투표를 하자”고 적었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316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