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타고 반도체 이을 주도주로…약세장 무색한 2차전지株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9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3주 연속 상승세(주간 기준)를 보였다. 10월 초 2200선을 밑돌던 코스피는 최근 2400선을 오르내리는 등 10%가량 올랐다. 시장에서는 추세 전환이라기보다는 베어마켓 랠리의 재현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 연말까지는 베어마켓 랠리가 펼쳐지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중 증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 부장은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 중인데, 향후 장기 금리가 하락 전환할 경우 주식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계절적으로는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결산기에 투자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고파는 ‘윈도드레싱’ 효과도 일부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S&P500지수가 48%가량 급락하다 연말에 소폭 반등해 -38%로 마감했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에도 대체로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공화, 민주 집권과 무관하게 의회 권력을 잡은 세력은 차기 대선을 노리고 정치적 지지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주춤하는 사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업종은 2차전지 관련주다.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포스코케미칼 등 코스피에 상장된 주요 2차전지 업체 5곳의 시총 합계는 28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 3월 말(211조1810억원)과 비교하면 29%,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전인 올 초(124조2050억원)와 비교하면 120% 급증했다.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못지않은 시장 영향력을 확보한 것이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 우려라는 외부 쇼크를 미국 IRA 등 제도적 방패로 일정 수준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이 주가 하락을 방어한다. 특히 IRA는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만 혜택을 준다. 미국에 생산 공장이 없는 중국 2차전지 업체 CATL 주가는 IRA 영향으로 최근 한 달 새 7%가량 하락했다. 미국의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IRA 법안이 즉각 개정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미국 중간선거 관련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에서 “이미 제정된 법안을 개정하거나 폐기하기 위해서는 양원의 동의와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IRA 법안이 변경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中 CATL 주가, 한 달 새 7%↓
증권가 ‘톱픽’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최근 주가는 60만원을 돌파하는 등 신고가를 찍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지난 11월 9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LG에너지솔루션(2조278억원)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향후 실적과 성장성 등에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에 단독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 보류 중인 1조7000억원 규모 미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합작해 배터리 업체 ‘얼티엄셀즈’를 설립한 뒤 미국 오하이오 1공장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를 올 연말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만든 첫 합작 법인이다. 총 투자 금액은 23억달러(약 3조2700억원)로 이 공장의 연간 목표 생산능력은 40GWh다. 전기차 60만대 규모다. 이외 테네시주, 미시간주에서도 각각 2공장, 3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까지 완공되면 전체 생산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 140GWh에서 2025년 520GWh(북미 생산 200GWh 이상)로 급증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4분기에도 호실적이 기대된다.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7%, 624% 급증한 8조3128억원, 5485억원이다. 폭스바겐과 GM에 대한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2차전지 종목 전망도 밝은 편이다. LG화학은 본업이 부진한 가운데 첨단소재 부문이 두각을 보인다. LG화학은 지난 3분기 매출 14조2000억원, 영업이익 9012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장현구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석유화학이 큰 폭의 감익으로 하향 조정됐으나, 양극재가 견인하는 첨단소재의 이익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기존 2026년 26만t 생산능력에 더해 IRA 시행에 따른 북미 증설 규모 상향도 검토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이익 기여도가 더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I에 대해 “3분기 10.5%라는 높은 수익성을 발표하며 기업의 기존 전략 방향을 잘 지키고 있다는 신뢰를 확인시켜줬으며, 4분기 성장도 지속될 것”이라면서 “IRA 법안으로 북미 지역 확대에 대한 기대감과 경쟁력이 높은 삼성SDI의 고출력 제품에 대한 고객사 확대가 근접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배터리 사업 흑자전환 기대감이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023년 수요 환경에 대한 우려에도 배터리 수율 문제 해결로 출하가 증가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수익성 개선이 확인될 경우 배터리 사업 가치를 주가에 반영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도 주목받는다. 지난 7월 초 10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최근 20만원대로 올랐다. 포스코케미칼은 일찌감치 배터리 소재 사업 수직 계열화를 준비한 덕분에 경쟁사 대비 중국 의존도를 선제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IRA로 중국산 음극재가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함께 생산하고 있다. 현재 음극재 연간 생산능력은 8만2000t이며 2030년 32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금리 등 거시경제 변수로 베어마켓 랠리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수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이 산재하고 있지만 코스피는 어느덧 2400 위로 올라와 가격 저항도 강해지고 있어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코스피 상단은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PER)로 판단하는데 특히 11배가 중요한 지점으로 약 2400선에 해당한다”며 “3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면서 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하향 조정되며 코스피는 이미 해당 수준에 가까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4호 (2022.11.16~2022.1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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