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제자들 아침식사 챙기는 엄마 같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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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환 기자]
▲ 전정옥 교사가 학생들의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다. |
ⓒ <무한정보> 황동환 |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첫 일과인 교사
그는 매일 아침 동료들과는 다른 준비물을 챙겨 출근한다. 전날 저녁 물에 불린 쌀로 아침에 지은 밥과 돌자반, 유부, 사과 등 식재료를 담은 천가방이 필수품이 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침식사를 거르고 등교하는 제자들을 위해 도서관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첫 일과다.
유부초밥 4개에 사과 1/4조각이 전부지만, 먹고 나면 제법 든든하다. 전 교사는 "수업시간에 자주 졸던 학생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침밥을 잘 안 먹던 아이였다. 아침시간을 바쁘게 보내면서 식사시간을 놓친 경우다. 학교에서 챙겨주는 아침밥을 먹은 후로는 수업태도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15명이 먹을 수 있는 아침밥을 개인접시에 담아 준비한다. 약속이나 한 듯 도서관으로 오는 제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일일이 밥을 건네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자녀를 대하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다.
"두 딸이 있는데 대학에 진학하면서 내 품을 떠났다. 여유도 생겼고, 내 아이를 챙겨준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건 지난 여름 학교급식 운영방식에 변화가 생기면서부터다. 학교급식을 제공하던 오가초등학교 신축공사 때문에 잠시 외부업체 급식을 운영했는데, 학생들의 입에 안 맞았던지 잘 먹지 않는 모습을 본 뒤 나눠준 자신의 점심밥을 좋아했다고 한다. 또 학년 초 가정방문을 통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침밥을 거르는 경우가 있다는 게 마음을 움직였다.
한번은 학생들에게 "돈 많이 들텐데,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전 교사가 한 대답이 있다.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진 않아, 너희들이 있어 선생님이 월급을 받아. 10분 1도 20분의 1도 아닌 30분의 1 정도를 너희들을 위해 쓰는 거야"였다.
아침밥으로 치유되는 학생들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한 아침밥 준비는 교장선생님도 한동안 몰랐다고 한다. 동료들의 출근 전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은 9시지만, 학생들은 8시 30분부터 자율독서시간이어서 그 이전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선생님들은 보통 그 시간에 맞춰 출근해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굳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교사생활 경험에 비춰 학교일이 쉽지 않고, 아이까지 있다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란다.
학생들은 "전 사실 아침을 잘 안먹는 편인데,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셔서 사랑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준비해주는 아침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는데, 엄마 같아요", "평소 집에서 씻고 준비하다보면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 거르기 일쑤였는데, 선생님이 챙겨주면서 잘 먹고 있어요" 등 사랑으로 응답했다.
남다른 애교심도 느껴졌다. 그는 "2019년 14명이던 전교생이 지금은 47명이다. 조그만 학교가 점점 커지는데는 이유가 있다. 교장의 철학이 있고, 선생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아이들을 다 품어준다"고 학교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침밥을 시작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치유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뜻밖의 성과였다. 전 교사는 "아침밥을 먹고 온 학생들은 못 먹은 학생들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자기 밥을 내어주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거창한 의미나 목적을 두고 한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어서 한 일인데, 먼 훗날 아이들이 그때 선생님이 해주시는 아침밥을 먹었던 추억을 간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받는 아이가 사랑을 베풀 듯, 이 아이들이 성장해 지금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고 베푸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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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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