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위태로운 국가 과학기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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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지시했다.
전국에 생중계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방부에 산업부를 결합한 국방산업부가 필요하다'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어설픈 제안을 즉석에서 전격 수용했다.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 역량을 퇴화시키는 블라인드 채용의 전면 폐지도 공언했다.
대통령에게 과학기술은 오로지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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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지시했다. 전국에 생중계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방부에 산업부를 결합한 국방산업부가 필요하다’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어설픈 제안을 즉석에서 전격 수용했다. 물론 당장 정부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모든 부처가 국가전략산업을 지원·촉진하고, 수출에 매진하라는 절박한 당부를 그렇게 표현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기술에 각별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을 강조했고, ‘과학·정밀 방역’과 ‘탈원전 폐지’도 확실하게 약속했다. 국무회의에서는 과기부 장관의 반도체 특강도 들었다. 규제에 얽매여 있던 교육부가 파격적인 반도체 인재 양성 계획을 내놓은 배경에는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 이태원 참사 후속 조치로는 드론을 이용한 군중 밀집 인파사고 예방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 역량을 퇴화시키는 블라인드 채용의 전면 폐지도 공언했다.
꺼내 든 것은 많은데 과학기술계의 반응은 어째 미적지근하다.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은 처음부터 실종 상태다. 대통령실에서부터 그렇다. 경제수석 소속의 과학기술비서관부터 몹시 낯설다. 6개월 만에 어렵사리 개최된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요란했던 과학 방역도 용두사미가 돼버렸다. 백신 접종도 지지부진하고, 7차 확산에 대한 대응도 실망스럽다. 질병관리청장은 허접한 개인사 논란에서 허덕이고 있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도 화려한 직함이 요구하는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요란하게 약속했던 탈원전 폐지도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언급한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국가전략산업이 중요한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실제 K-방산의 성과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현실이 아무리 절박해도 물과 불은 가려야 한다. 위협적인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으로부터 우리의 생존을 지켜내야 하는 ‘국방(國防)’을 국가전략기술 확보 수단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사적 농담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위협을 극복해야 하는 국방부가 K-방산으로 수익을 내는 업무에 정신을 팔아서는 더 안 된다. 그런 업무는 과감하게 산업부로 넘기는 것이 순리다.
대통령에게 과학기술은 오로지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 ‘과학을 모른다’는 억지를 자랑으로 착각하는 넋 빠진 정치인과 관료들이 넘쳐나는 우리 사회의 냉혹한 현실이 그렇다. 법대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은 예외일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으로 순진한 것이다.
이제 과학기술이 깨어나야 한다. 과학기술은 지도자의 관심과 애정으로 성장한다는 착각과 환상은 더 이상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다. 21세기의 과학기술은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의 관심과 애정의 토양 위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지 못하는 과학기술은 어떠한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다. 북한의 현실이 가장 확실한 증거다. 더욱이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자유’는 현대 과학기술의 핵심인 합리성·객관성·개방성·민주성(탈권위성)·비판성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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