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 둘러싼 韓美日 의기투합…北, 어떻게 반응할까
지소미아 정상화…한일 군사협력 확대되나
美, '핵 포함 모든 범주로 北 억제' 재확인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한미일 3국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공동의 안보 연결고리를 통해 포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은 북한의 미사일 정보를 일본과도 실시간 공유하기로 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담았다는 점에서 한반도 안보 정세에 유의미한 변화로 평가된다.
한미일 간 공조가 공고해지면서 그에 대치되는 북중러 구도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보·경제 분야에 걸쳐 중국에 직접적인 견제구를 던지는 형국이 되면서 북한이 당장 핵실험 카드를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미일 협력 강화에 따른 신냉전 체제의 가속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3자 회담을 통해 발표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에서 3국 연대를 더욱 긴밀히 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으로 "3국 정상은 억제, 평화 및 안정을 위한 주요한 진전으로서, 날아 들어오는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한다"는 실천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北 미사일 정보 공유…韓日 군사협력 길 열리나
현재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지만, 한일 간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 협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따라 상호 요청으로 이뤄진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일본을 압박하는 카드로 2019년 8월 일본 측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통보의 효력을 유예한 바 있다. 지소미아를 통해 정보가 교환되고 있긴 하지만 법적 지위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한국과 일본이 실시간 공유키로 한 건 '지소미아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한일 간 군사 협력을 확대하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3국 정상의 정보 공유 선택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태평양 괌과 하와이, 나아가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연결고리로 꾸준히 안보 협력을 강화해왔다. 올 6월 미사일 경보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의 정례화 및 공개적 진행에 합의했고, 9월 말에는 동해에서 3국이 연합으로 대잠전 훈련을 펼치기도 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실시간 정보 공유까지 합의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실시간 정보 공유의 구체적인 범위는 한일 군사 당국의 논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부분적인 경보 정보만이라고 하더라도 한일 정보협력 차원에서 진일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3국이 협력하게 되면 조금 더 정확한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어느 일방이 유리한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3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확장억제 강화…전략자산 출동 빈도 높아질 듯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미국의 대북 억제력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응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데, 이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전술핵 투발수단을 비롯해 다양한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남한을 겨냥해 핵무기를 선제공격에 활용할 수 있는다는 공세적 핵무력 정책까지 채택했다. 올 봄에는 7차 핵실험을 위한 물리적 준비를 마치고 감행 시기에 대한 정치적 판단만 남겨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채택된 공동성명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이 철통 같다면서, 핵을 포함해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확장억제 수단에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이라 명시한 건 미국이 북한의 저위력 핵 공격에 대해서는 핵 보복을 피할 수 있다는 한일의 우려나 북한의 오판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이 날로 고조되는 데 따라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도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 한 것"이라며 "이는 동맹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북한에는 미국의 대응 의지를 오판하지 않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일 3국 정상의 '의기투합'에 따라 향후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그 주변으로의 출동 빈도 및 수준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상시 배치'에 준하도록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이달 초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합의한 바 있다.
특히 전략자산을 중심으로 한미일 3국 군사훈련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는 현재 일본과 인도주의적 수색구조훈련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 밖의 군사훈련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되면, 함정과 전투기 등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훈련도 가능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北 이어 中까지 견제 강화…"당분간 핵실험 난망"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한미일 3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로서 전 영역에 걸친 협력을 공식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공동의 안보 연결고리를 통해 다른 분야로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회담 전 '한국판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건 전 정부의 모호성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이라는 공동의 위협을 놓고 3국 간의 현안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연쇄 회담에서 한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한일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테이블에 올렸다.
북중러, 특히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면서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핵실험을 감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당분간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소규모 도발을 지속하면서 G20 정상회의 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여부 등을 저울질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이번 순방을 통해 한미일 협력이 더욱 공고해졌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고 중국의 남중국해 문제를 직접 언급한 건 기존 입장에서 더 나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할 순 있겠지만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한미일 협력 강화에 따른 신냉전 체제의 가속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안보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북한 문제나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의 협력 역시 필수적"이라며 "한쪽 진영으로 치우쳐 갈등 국면을 고착화하기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하며 외교적 유연성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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