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ㆍ일, 北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지소미아도 넘었다

김상진, 우수진 2022. 11. 1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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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ㆍ일 정상이 북한의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데 합의하면서 3국의 안보협력 강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폐기 선언이 나올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한ㆍ일이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으로 똘똘 뭉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선 “지난 5년간 동요하던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이 정상궤도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제17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계기로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가졌다. 3국 정상은 이번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 “3국 정상은 억제, 평화 및 안정을 위한 주요한 진전으로서, 날아 들어오는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ㆍ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간 3국이 미사일 방어훈련에서 이지스 구축함 체계를 통해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ㆍ추적 정보를 서로 실시간 공유한 적은 있지만, 훈련 상황이 아닌 평시에 실시간으로 이같은 정보를 공유한 적은 없다.

이번 합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6년 체결한 한ㆍ일 지소미아의 현실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현재 한ㆍ일 군 당국은 지소미아에 따라 서로 요청하는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즉 실시간이 아닌 사후 공유 개념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문서상의 협정으로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이마저도 지난 2019년 8월 당시 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일본 측에 통보하고, 이후 미국의 압박으로 효력을 유예하면서 신뢰 관계가 깨진 측면이 있다”며 “당시 군 내에선 대북 정보력 강화를 이유로 ‘지소미아 폐기만은 안 된다’는 기류가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소미아 불씨는 살렸지만, 이후로도 양국 정부 간 갈등이 커지면서 실무 단계에서 협력을 원활히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의 이례적 도발이 도화선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북한의 무력시위 양상이 이같은 합의를 촉발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로널드 레이건함)과 핵추진 잠수함(애나폴리스함), 전략폭격기(B-1B), 스텔스 전투기(F-35B) 등이 잇따라 한반도에 전개돼 연합훈련을 하는 와중에도 미사일 발사와 포사격, 군용기를 대거 동원한 공대지 타격훈련 등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북한의 핵무력이 이미 실전배치 단계에 진입했음을 나타내는 징후”라는 게 여러 전문가의 분석이다.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이 급박해진 까닭이다. 이 때문에 방어 역량 강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번 합의를 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필요성도 없다″는 강경 메시지를 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스1

정부 소식통은 "문 정부 시절 불거진 해상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조준 사건 등 한·일 간 껄끄러운 이슈가 남아 있지만, 이달 초 일본이 주최한 국제관함식에 해군 함정이 가면서 협력의 토대가 마련됐다"며 "일본 정부 입장에선 북한 미사일 위협 고조로 일본 내 여론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도 피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지스 구축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E-737), 지상의 탄도미사일 감시 레이더(그린파인 레이더) 등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반면 일본은 8기의 정찰위성과 이지스 구축함 등으로 미사일 낙하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보라는 건 중첩적으로 볼수록 좀 더 꼼꼼한 검증이 가능하다”며 “북한 미사일 탐지ㆍ추적 체계에 일본의 정찰위성과 이지스함 정찰ㆍ감시 능력 등이 포함되면 정보 역량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공유 중추는 미국"


다만 한ㆍ미ㆍ일이 어떻게 실시간으로 북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할지는 미지수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일단 미국이 정보공유의 중추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한ㆍ미 간에는 작전 단위까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체계가 있지만, 일본과는 그런 망 자체가 없다”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간 정보망을 이용해 3국이 정보를 공유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정상 간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담당 부처에서 세부적인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발전시키는 게 통상적인 절차”라며 “현 상황에서 어떤 것이라고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 참가 함정들이 지난 9월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벤 폴드함, 해군 구축함 문무대왕함,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사히함, 미 해군 순양함 첸슬러스빌함. 대열 제일 앞쪽은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 애나폴리스함이다. 사진 해군

또 이번 합의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 체계 편입의 구심점이 될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MD는 요격 미사일 체계 개발 등 모든 부분에서 정보를 통합하는 것으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만 갖고서 MD 통합으로 확대시키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의 확장억제 강화 협력도 주목된다.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재차 약속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한ㆍ일 모두 북핵 대응 능력 강화를 미국에 의존하는 입장”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포함될진 모르나 일본과 협력은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매커니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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