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갇힌PE]①'바이아웃 실종' 매물은 쏟아지는데 살 사람이 없다

박소연 입력 2022. 11. 14. 10:03 수정 2022. 11. 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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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자본시장 침체기 사모펀드(PEF) 운용사도 예외 없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합병(M&A)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산다는 사람은 없다. 주요 PEF들은 올 연말까지 '빅 딜'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시장 위기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사모펀드 대출은 집계에 잡히지 않는 '쉐도우뱅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토종 PEF들이 움츠러든 사이 글로벌 4대 PEF가 침투했다. 강 달러 기조 속에서 외국계 펀드는 국내 기업사냥에 대한 야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자본시장 주요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통해 다가올 변화를 관측해 본다.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지금 큰 거래는 어렵죠." 롯데카드 딜을 주관하는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이뤄지던 바이아웃(경영권 거래)이 최근 아예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 속에서 M&A(인수합병) 시장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적인 축소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수금융 조달 금리가 연 8% 이상으로 치솟고 내년께 10%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자본시장 전체가 얼어붙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국내 M&A 거래 건수는 2375건, 1024억 달러(약 145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거래 규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수치다. 국내 M&A 시장의 경우 지난해 상위 20건 중 기관 전용 사모펀드(PEF)의 참여 비율이 85%에 달할 정도로 PEF의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올해 들어 PEF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M&A 시장도 '올스톱' 상황이다.

MBK파트너스가 가지고 있는 롯데카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에이블씨엔씨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뚜렷한 매수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는다. MBK파트너스가 올 상반기 모던하우스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적으로는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 롯데카드 역시 매각 성사 여부에도 IB 업계의 큰 관심이 모아졌지만 현재는 정체 상황이다. 비씨카드를 보유한 KT그룹과 우리은행, 하나카드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 상황에서 올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 2조8000억원에 달하는 롯데카드의 손바뀜을 당장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IMM PE도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미샤(법인명 에이블씨엔씨)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실제 매각에 성사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IMM PE 투자 부문 대표는 "1년 내에는 좋은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익을 많이 내기보다는 현 실정에 맞는 적당한 가격이면 되고, 미샤의 가치를 나름대로 인정해 주면서 향후 성장 비전이 있는 인수자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빅5 중 롯데리아를 제외한 한국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 KFC 등이 줄줄이 M&A 시장에 쏟아졌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기만하다. 곡물과 식용유 등 원부자재값이 계속 오르고, '리오프닝'으로 배달 수요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1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선협상자와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인 곳은 KFC 한 곳이다.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와 약 600억원 수준에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초 KG그룹의 인수금액인 5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KG그룹은 약 1000억원 수준의 희망 거래액을 제시했지만,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의 운영사 메쉬코리아는 올해 초부터 매물로 나왔지만, 경영권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최대 1조원의 기업가치가 있다는 분석이 나와 유니콘 기대주로 꼽혔지만, 매각 지연으로 몸값이 하락하고 있다.

거래 결렬 사례도 늘었다. 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이후 결렬된 M&A 거래는 7조4000억원을 넘어선다. 9~10월 두 달간 발표된 무산 사례만 약 7조원 규모다. IFC와 크레디트스위스(CS) 취리히 본사 건물 등 조 단위 부동산 거래 뿐 아니라 메가스터디교육, 임플란트 전문 기업 디오 등 주요 기업의 바이아웃 거래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거래 결렬 이유 역시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이다.

올해 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3조 규모의 메디트 인수전도 GS-칼라일 컨소시엄에 부여된 우선협상 기간 연장 협의가 불발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자들은 거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부분 펀드를 조성하는데, 출자자(LP)로 참여해야 할 기관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에 바짝 몸을 움츠리고 있다"며 "계약 이후 주가가 폭락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양측의 견해차가 커져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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