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할수록 치료 예후 좋다고?…'비만의 역설'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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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흡연, 스트레스, 과음 등과 함께 '만병의 근원'으로 손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고, 이후 비만은 세계 공중보건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주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 교수는 "성별에 따른 위암 예후 및 양상의 차이를 보다 깊이 연구한다면 비만의 역설의 정확한 원리를 밝히고 위암 치료법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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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美 JAMA 게재 논문 한편이 처음 제시
"과체중 간주되는 사람 사망위험 더 낮아"
국내에서도 암 관련 비만의 역설 연구 활발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비만은 흡연, 스트레스, 과음 등과 함께 ‘만병의 근원’으로 손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고, 이후 비만은 세계 공중보건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주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비만 환자는 일반인보다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1.5~2배, 고혈압이 2.5~4배, 당뇨병은 5~13배에 달하는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이 밖에 위장관·호흡기·대사내분비·근골격·신경계 등에서도 다양한 동반 질환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의 발표 16년 뒤인 2013년 1월, 이러한 인식을 뒤흔드는 짤막한 논문 하나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실렸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 캐서린 플레건 박사 연구팀이 게재한 ‘표준체질량지수(BMI) 범주를 이용한 과체중 및 비만의 모든 원인 사망률의 연관성’이라는 제목의 12페이지 논문은 이른바 ‘비만의 역설’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과체중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이 같은 기간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들보다 사망할 확률이 6% 낮다고 보고했다.
발표 초기 일부 학자의 반대 의견도 나왔지만, 288만명을 포함 BMI를 사용해 사망률을 평가한 모든 전향적 연구(총 97개)를 분석한 방대한 자료에 수많은 학자가 이 논문을 지지했다. 다만 명확히 증명이 이뤄진 것은 아닌 가설 단계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중년 이상이거나 이미 아픈 사람 등 일부에게는 약간의 추가 체중이 특별히 해롭지 않고 오히려 회복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비만의 역설을 다룬 주목할 만한 연구들이 진행됐다. 특히 암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활발했다.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종환·박정찬 교수, 순환기내과 이승화 교수 연구팀은 2010년 3월부터 2019년 12월 사이 수술받은 암 환자 8만7567명을 추적 관찰하고 비만 환자의 암 수술 후 사망위험이 정상 체중이거나 마른 환자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술 후 3년 내 사망 환자는 6.4%였는데, 비만 환자(BMI 25 이상)의 경우 사망위험이 정상체중 환자보다 31% 낮게 평가됐고, 저체중 환자(BMI 18.5 미만)에 비해선 62%나 작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우선 체력적 부담이 큰 암 수술의 경우 비만 환자가 상대적으로 기력을 회복하는 데 용이한 측면이 있다는 추론을 내놨다. 연구를 주관한 이종환 교수는 “암종과 병기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분석한 결과여서 향후 더욱 정교한 연구가 이어져야 비만의 영향을 정확히 평가 내릴 수 있다”면서 “그러나 수술을 앞둔 암 환자의 체중이 적정 수준 이하라면 상대적으로 예후가 불량하다는 걸 입증한 만큼 이러한 경우 환자와 의료진 모두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도 위암 환자 1만4688명의 생존율과 연령, 성별, BMI 등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남성은 극도 비만(BMI 30 이상)으로 갈수록 예후가 점점 좋아진 반면 여성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위암에서 비만의 역설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성별에 따른 위암 예후 및 양상의 차이를 보다 깊이 연구한다면 비만의 역설의 정확한 원리를 밝히고 위암 치료법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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