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안전 무시해도 된다는 시그널 때문에 이태원 참사 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오랫동안 운동해온 박래군 4.16 재단 상임이사는 이번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 지난 11일 박 상임이사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상임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이태원 참사는 예고된 참사”
- 지난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핼로윈 축제를 즐기던 시민들이 압사당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 이태원 참사는 어찌 보면 되게 어처구니없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거잖아요. 이번 참사는 예고된 참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07년부터인가 핼로윈 축제 열릴 때마다 안전 대책이 세워졌어요. 매년 핼로윈 축제 때마다 안전대책이 세워졌다는 건 그만큼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때는 일방통행으로 사람들을 통행하게 한다든지 했거나 어떤 때는 아예 골목 입구 막는 식으로 대책을 만들어 놨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던 거잖아요.
언론들도 노마스크로 열리는 핼로윈 축제다 보니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거라고 예고하고 있었고, 참사 3, 4일 전에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이번 핼로윈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위험할 수 있으니까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는 보고까지 하잖아요. 그런데도 그걸 무시해버렸던 거거든요. 그러니 이건 예고된 참사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 왜 그랬을까요?
“대통령이 안전은 무시해도 된단 시그널을 계속 주었던 게 문제라고 봐요. 지난 6월에 원전 업체에 가서 ‘지금 원전 업계는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다.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했죠. 산업현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가니 이걸 줄여보자고 만든 게 중대재해처벌법인데 이 법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면서 무력화하려고 했잖아요. 그리고 지난 10월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생명과 안전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어버리고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성과 올리라고 주문해온 거잖아요.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어떠한 인식을 갖고 하느냐에 따라서 아래 사람들이 코드를 맞추거든요. 그렇게 움직인 결과가 이번 이태원 참사라는 비극으로 나타난 거죠.”
- 근데 이거는 지자체장이 하는 거 아닌가요?
“우선 용산구청 구청장이 책임이 있고 재난 안전 관리의 총괄적인 책임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어요. 재난 안전 상황이 벌어졌을 때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죠. 핼로윈 축제 때 마약 사범을 잡는 데는 경찰력을 배치지만, 안전을 위한 경찰력은 거의 배치하지 않은 거죠. 용산구청은 핼로윈 축제 보름 전에 이태원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 때는 안전대책을 세워서 안전관리를 했어요. 이때는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기는 아무것도 안 한 거예요. 그러니까 지방자치단체장도 책임이 있고 그 윗선에서 책임이 있고, 재난관리 시스템에서 광역단체장, 행안부장관 그리고 대통령실 이렇게 책임이 올라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이런 부분들이 다 이 시스템 자체가 멈춰버렸어요.”
“시스템, 전체적으로 붕괴됐다”
- 그러나 그건 사고가 났을 때 이야기고 사고 나기 전 예방은 용산구청이 해야 하지 않나요?
“예방해야죠. 당연히 하는 건데 이번에 용산구청장은 이걸 대비해야 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잖아요. 그냥 방치해버린 거죠. 서울시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예전에는 용산구청이나 서울시에 관계 기관들 다 모아서 대책을 만들었거든요. 그러니까 아무 문제가 없이 지나갔단 말이죠.”
- 시민들이 신고 몇 번 했는데 안 되잖아요. 그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핼러윈 축제가 있기 전부터 여기 여기에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보고가 올라갔단 말이에요. 근데 여기에 대한 대책 회의는 제대로 된 게 없어요. 그리고 사전에 대비가 안 됐어도 현장에서 다급한 신고가 계속 접수됐잖아요. 그러면 그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상황을 전파하는 사람이 있어야 돼요. 그런데 그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서울경찰청 상황 관리관인데 이 사람도 자리를 비워요. 그러니까 다급한 신고는 계속 접수되는데 상황을 판단할 사람은 없는 거죠. 이 정부에서 보고하고 상황을 전파하고, 판단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다 안 된 거죠. 그래서 그 다급한 상황에 행안부 장관이 도리어 대통령보다 이 상황이 일어났다고 하는 상황을 더 늦게 알아요. 이건 시스템 자체가 전체적으로 붕괴되었다는 거죠,”
- 많은 분이 세월호를 떠올리시던데 이사님은 어때요?
“나도 그래요. 세월호 때도 승객들을 구출할 수 있는 시간이 100분 정도 있었어요. 여기 현장에 출동한 123정이 있었고 거기 구조 헬기가 세 대가 더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들은 탈출 지시를 안 하고 가장 소극적인 방법으로 구조 작업을 해요. 그러다 보니까 100분의 시간을 허비해서 침몰했거든요. 이번에 이태원 참사는 6시 34분에 최초 신고가 들어왔어요. 대충 참사가 난 걸 10시 15분으로 보는데 약 4시간에 이라는 시간이 있어요. 이 시간 동안에 현장에서 빗발치듯이 ‘위험합니다. 압사 사고가 났다. 여기에 경찰을 배치해 주세요.’ 등 다급한 신고가 접수되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신고와 요청이 묵살당해요. 이러면서 세월호 때처럼 구조할 수 있었는데 구조 안 하는 상황이 발생했죠. 이런 거 보면 굉장히 기시감이 들죠.”
- 세월호와 다른 점은 뭔가요?
“세월호 참사와 다른 점은 뭐가 있냐면 참사가 났을 때 정부 대응이 굉장히 기민해요. 그러니까 박근혜 정권 때는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정부 대응 자체가 너무 부실했단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보면 이태원 참사가 나자마자 이제 국가가 나서서 애도 기간을 정하잖아요. 애도 기간을 정하고 거기에 영정이나 이름도 없는 그 분향소를 만들잖아요. 그래서 상황을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요. 이태원 참사의 파장을 갖다가 줄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거죠.”
- 참사 후 정부 대응은 어떻게 보세요?
“정부의 대응은 진짜 문제 많죠. 제가 어제(10일) 이태원 참사 거기에 희생되신 분의 유가족을 만났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거예요. 뭐냐면 24살 딸이 죽었거든요. 전화했지만 전화가 안 되니 얼마나 속이 터지겠어요. 병원도 뒤졌단 말이에요. 그러다가 오후 늦게서야 평택에 장례식장에 자기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사망자와 부상자 명단 관리도 부실했고, 가족을 찾는 사람들에게 제때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했죠.
나중에 유실물센터에서 핸드백을 찾았어요. 핸드백에 신분증이 있었거든요. 그럼 이걸 가족들에게 알려줘야죠. 거기서 운동화랑 핸드백이랑 이런 것도 다 찾았는데 목록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요. 사망자나 부상자를 제대로 관리하고, 가족들에게 알려주기보다는 희생자의 유가족이 한곳에 모이지 못하도록 52개 장례식장으로 분산한다든지 하는데 더 신경을 쓴 것 같아요.”
“희생자의 권리 봉쇄하는 효과 있어”
- 정부가 참사를 사고라 하고 희생자를 사망자라고 해서 논란도 있었는데.
“진짜 얄팍하죠. 이게 뭐냐 하면 참사를 갖다가 사고로 하는 건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요. 사고는 우연성이 강조되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책임 소재 부분에서 상당 부분들은 다 피해 갈 수 있는 거죠. 또 희생자를 사망자라고 하는 건 희생자, 피해자 하면 이 사람들이 권리를 또 주장하고 나올 거거든요. 그걸 봉쇄하는 효과가 있어요. 국가가 지금 국민들이 분노하는 건 세월호 때처럼 국가가 사라졌다는 거잖아요. 국가가 제대로 자기 할 일대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에서 책임 안 지겠다고 하는 게 사고 또는 사망자라는 표현으로 나오는 거죠.”
- 사찰 의혹도 나왔는데
“저는 이게 경찰만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경찰만이 드러났는데 국정원이나 군사안보지원사령부도 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경쟁적으로 정보 보고 해서 자기네 보고서가 대통령한테 올라가서 채택되기를 바라는 거예요. 정보기관들이 이러다 보니까 참사가 일어난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그래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이런 식으로 건의를 하는 거잖아요. 이게 세월호 때도 똑같았거든요. 적폐 청산을 통해서 정보기관들을 제자리로 돌아가게 만들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던 후과죠.”
- 세월호 이후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안 된 거 아닌가요?
“안 된 거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정말 힘들어하는 게 그런 거거든요. 우리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통해서 안전 사회 만들고 안전 사회에 관련한 활동들을 하기 위해서 4.16 재단도 만들었는데 이태원 참사에서는 그게 하나도 바뀐 게 없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이 50년 만에 완전 개정이 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잖아요. 그게 가능했던 게 그만큼 안전에 대한 인식들이 높아졌기 때문이에요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산재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엄청 많았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이 시기에 중대재해 처벌법이 만들어질 수 있었느냐면 그만큼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러거든요. 그리고 나름대로 문재인 정부에서 그 안전과 관련된 시스템 이런 것들을 발전시켜 왔어요. 그런데, 안전에 대한 인식 없는 대통령과 정부 장관들, 지자체장들이 있어서 이런 게 가동 안 되는 게 문제죠.”
“국회의원, 안전에 대한 인식 없어”
- 다시 이런 참사를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법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될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국회에다가 법률안을 하나 제정하자고 하는데 국회가 거의 반응을 안 해요. 지금 생명 안전 기본법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어요. 그게 뭐냐면 지금에 있는 재난안전법 가지고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 재난안전법을 비롯한 모든 안전과 관련된 법이 3천 개 정도 된다는데 안전권에 대한 분명한 규정이 없어요. 안전권이라고 하는 부분들을 명확하게 해놓고 안전권이 국민의 권리고 안전권을 지켜야 될 책무를 국가가 지고 있다고 하는 걸 분명하게 해야 될 필요가 있죠. 그리고 재난 참사가 났을 때 피해자의 권리 부분에 대한 게 어느 법에도 없어요.
재난 참사가 났을 때 아주 재난안전법에 따른 최소한의 조치만 해주면 되는 걸로 끝나버려요. 근데 피해자의 권리라고 하는 게 국제사회에서도 발전해왔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 피해자의 권리가 되게 많이 강조됐었거든요. 그래서 이 피해자의 권리를 거기다가 법에다가 법적으로 이렇게 권리로서 보장하자 관에서 알아서 이렇게 이제 해주는 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이거 이거까지는 권리니까 보장받아야 된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그다음에 또 중요한 건 뭐냐면 중대사고 조사위원회 같은 걸 만들자는 거죠. 세월호 참사가 나고 조사위원회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냐면 특별법을 만드는데 1년, 조사기구 구성하는데 1년이거든요,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2년 뒤에나 조사가 진행되면 그사이 증거는 훼손된다든지 은폐된다든지 유실해버려서 진실에 접근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세월호 참사가 그렇게 된 거거든요. 그래서 그러지 말고 우리가 워낙 중대 재난들이 많이 일어나니까 중대 재난 사고에 대해서 항상적으로 상설적으로 전문성을 가지고 조사할 수 있는 위원회 만들자고 저희가 주장했죠.
그다음 안전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자는 거예요. 윤석열 정부에서 자꾸 규제가 세기 때문에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된다고 하니 이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된다고 해버려요. 근데 규제 철폐해야 될 부분이 있지만 안전과 관련한 부분은 더 강화돼야 되는 거거든요. 근데 규제 철폐한다고 그러면서 안전과 관련한 규제까지 다 철폐시키면 더 불안정한 상황 위험이 더 위험도가 높아지는 상황 이렇게 만들면 안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법이나 제도 정책을 시행할 때 환경영향 평가 제도처럼 안전 영향 평가 제도 같은 걸 도입하자고 저희가 주장을 하는 거죠. 근데 이런 부분들이 지금 국회에서도 별로 관심을 못 끌어요. 아주 답답한 거죠.”
- 왜 그럴까요?
“국회의원들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거예요. 사실 이런 부분에서 지금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어떤 인식들은 굉장히 높아졌는데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 정치인들 이런 사람들이 안전에 대한 이런 인식 자체가 굉장히 후진 거예요. 되게 후진적인 거예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저는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야 해요. 그래서 시스템을 점검하고 매뉴얼도 점검하고 여기에 책임 관리자들 문제도 한번 점검 쭉 해서 정말 전면적으로 우리 사회의 그런 안전과 관련된 체계들을 새로 세워야 돼요.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되고요. 안전 문제를 자꾸 뒤로 물리는 거 안 돼야 되고요. 그리고 우리 시민들도 이게 구체적으로 이런 문제를 보면서 앞으로 이런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책임자들을 책임지게 만들고 진상규명하게 만들고, 재발 방지 대책 만들라고 요구해야 하죠. 재난 참사는 행정에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대처를 할 필요도 있지만 또 이게 재난 참사 같은 경우는 이런 소극 행정의 결과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최소한의 조치만 하고 마는 거예요. 이런 게 아니라 이런 부분 안전과 관련한 적극 행정으로 돌아서게 해야 돼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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