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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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이 벌어진 2003년 어느 새벽,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앞에 그래피티 벽화가 등장했다.
'군인도 전쟁이 싫다!' 반전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던 곳에 홀연히 나타난 벽화는 얼굴 없는 그래피티 화가 뱅크시의 작품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전쟁이 터지자 영·미권 갤러리들은 이번엔 뱅크시가 어디에 무엇을 그릴지 궁금해 했는데, 러시아가 가장 먼저 공습했던 키이우 외곽 도시에서 엊그제 벽화 4점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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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이 벌어진 2003년 어느 새벽,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앞에 그래피티 벽화가 등장했다. 소총 든 군인이 망을 보는 사이 다른 군인이 평화의 상징 기호를 거리에 페인트로 칠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군인도 전쟁이 싫다!’ 반전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던 곳에 홀연히 나타난 벽화는 얼굴 없는 그래피티 화가 뱅크시의 작품으로 확인됐다. 그는 2년 뒤 이 그림에 ‘CND 솔저스’란 제목을 붙이고 스텐실 프린트로 제작해 한정판 700점을 팔았다.
20년이 흘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올봄, 어느 콜렉터가 전쟁 부상자를 치료하는 우크라이나 병원을 돕자면서 ‘CND 솔저스’를 경매에 내놨다. 정상가의 4배인 10만 달러에 판매됐고, 키이우 어린이병원에 전액 기부됐다. 이라크전쟁 반대시위로 탄생해 우크라이나전쟁 구호(救護)에 활용된 ‘CND 솔저스’는 뱅크시의 대표적인 반전 작품으로 꼽힌다.
뱅크시는 철저히 신분을 감추고, 경매 도중 작품을 분쇄하는 기이한 행동을 하면서 정치, 사회, 예술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왔다. 특히 전쟁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베트남전의 네이팜탄 소녀가 어릿광대와 함께 걸어가는 ‘네이팜’, 전투헬기가 분홍 리본을 달고 날아가는 ‘행복한 헬리콥터’, 어린아이가 폭탄을 껴안고 있는 ‘폭탄 사랑’ 등이 유명하다.
우크라이나전쟁이 터지자 영·미권 갤러리들은 이번엔 뱅크시가 어디에 무엇을 그릴지 궁금해 했는데, 러시아가 가장 먼저 공습했던 키이우 외곽 도시에서 엊그제 벽화 4점이 발견됐다. 물구나무선 체조 소녀, 어른을 메어꽂는 유도 소년, 목 보호대를 찬 리듬체조 선수, 탱크 트랩에서 시소 타는 아이들이 파괴된 건물에 그려져 있었다. 그는 체조 소녀 그림만 아무 설명 없이 SNS에 올렸는데, 나머지 역시 누가 봐도 뱅크시였다. 미술을 잘 몰라서 작품의 메시지를 해석할 재주는 없지만, 그래도 유도 소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림 속 나가떨어지는 어른은 유도 검은 띠라는 푸틴이 분명해 보였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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