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개기월식의 밤

2022. 11. 14.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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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천왕성 엄폐를 동반한 개기월식이 있었다.

이날이 지나면 200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같은 천문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침 최대식까지 30분가량 남은 시간이었다.

강변은 이 시간에 주로 한적한 편이었는데 달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우와, 저거 봐 하면서 다 같이 고개를 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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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천왕성 엄폐를 동반한 개기월식이 있었다. 이날이 지나면 200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같은 천문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고 했다. ‘몇백 년에 한 번’, ‘몇십 년에 한 번’과 같은 수식어들은 매년의 유성우, 일식, 태풍 등 다양한 현상에 쓰이는 탓인지 그리 매력적인 말은 아니었지만, ‘블러드문’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끌었다. 마침 최대식까지 30분가량 남은 시간이었다. 식탁을 정리하고 근처 강변으로 향했다.

강바람은 차가웠고 날은 조금 흐렸지만 블러드문은 하늘에 찍힌 붉은 점처럼 빛나고 있었다. 새빨간 달은 처음 보는지라 신기했지만 금세 적응됐다. 주변을 둘러보자 달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하나둘 자리가 차고 있었다. 강변은 이 시간에 주로 한적한 편이었는데 달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우와, 저거 봐 하면서 다 같이 고개를 꺾고 있었다. 그 모습이 붉은 달만큼이나 생경하고 또 새로웠다.

많은 이들은 개기월식이 있다는 뉴스를 보았을 것이다. 가족, 친구, 연인과 모여 달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이 강변뿐 아니라 달이 잘 보이는 모든 곳에 모여들어 새로운 달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고 서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동시에 하늘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달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인간들이 이렇게 달 보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새삼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졌다.

최대식은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난시가 있는 내게는 사실 달 자체가 선명히 보이지 않았지만, 달을 보지 못했더라도 달 보러 나온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기쁜 일이었을 것 같다. 집에 돌아가 SNS에 접속해 보니 너도나도 각자 위치에서 바라본 달 사진을 업로드하고 있었다. 모두 고개를 들고 같은 시간 같은 달을 바라본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눈동자에 붉은 달이 점처럼 찍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연결되기도 한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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